<한자여행>淸貧-가난하되 깨끗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물()이 푸른 것(靑)」이 淸이다.그런 물은 맑았으므로 淸은 「맑다」는 뜻도 있다.청결(淸潔).청렴결백(淸廉潔白).청정(淸淨).숙청(肅淸)이 있다.
貧은 「조개(貝)를 나누었다(分)」는 뜻이다.옛날 조개가 돈이나 재화(財貨)를 상징했음은 이미 수차 언급한 바 있다(95년1월5일자 「富貴」참고).따라서 貧의 본디 뜻은 「재물을 나누다」가 되어 지금 말로 하면 자선사업(慈善事業) 을 많이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흔히 「가난할 빈」으로만 알고 거 기에 내포되어 있는 숭고한정신은 도외시한 채 결과만을 두고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貧은 결코 부끄럽거나 숨길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그래서 옛 어른들도 貧을 피하거나 탓하기 보다 오히려 즐겼다.청빈(淸貧)이니 안빈낙도(安貧樂道)가 그것이다.
貧과 정반대의 글자가 貪(탐할 탐)이다.나누기는커녕 목전(今)의 이익(貝)에만 현혹(眩惑)되어 욕심을 품는 경우라 하겠다.그래서 탐관오리(貪官汚吏).탐욕(貪慾).식탐(食貪)등은 나쁜뜻으로 쓰이고 있다.
이처럼 貧과 貪은 천양지차(天壤之差)가 있음에도 모양이 비슷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그것은 貧의 본 뜻은 망각한 채 세속적인 뜻,즉 가난에만 집착하다 보면 쉽게 貪하게 될 수 있다는뜻이기도 하다.
요즘 모 공직자의 비리(非理)사건이 연일 크게 보도되고 있다. 아마도 貧과 貪의 본뜻을 몰랐던 모양이다.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