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함께 개혁을" 한나라 신주류 나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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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8일 서울 삼성동 자택 부근 가게에서 물건을 산 뒤 주인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7일과 18일 이틀간 당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전여옥 대변인과 전화 통화 등만 했다. 그러나 朴대표에게는 휴식 이후를 기다리는 숙제가 있다. 당의 재건이다. 17대 총선이 한나라당에 남긴 건 '앙시앵 레짐(구체제)'의 붕괴다. 121명의 당선자 중 초선이 62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당 의사결정기구인 운영위원회는 50명 중 20명만 당선했다. 그 결과 이회창 전 총재, 서청원.최병렬 전 대표로 상징되는 과거의 중심 세력은 와해되다시피 했다.

당 재건 작업은 그래서 시급하다. 朴대표는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16일 "한나라당이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국민의 바람에 맞도록 변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말은 朴대표가 지향하는 체제 정비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측근들에 따르면 당 개혁은 당 안에서 기득권 세력과 헤게모니 다툼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 밖의 여론을 우선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한다. 선거기간 朴대표는 김형오 사무총장 등에게 정책정당.디지털정당으로의 변신을 수차례 강조했다.

특히 朴대표의 당 쇄신 작업은 개혁 지향의 초.재선 그룹과 비례대표 정책전문가 그룹의 지원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최병렬 대표 체제를 허문 남경필.원희룡.권영세 의원 등 수도권 소장파와 영남권 초선 그룹들은 朴대표의 우군임을 선언했다. 元의원과 權의원은 18일 "문제의식이 올곧고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박근혜라는 도구를 통해 한나라당은 변화할 수 있는 데까지 변화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민생과 정책정당을 우선하는 박근혜 체제가 제대로 착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박형준.이성권.김희정 당선자 등도 "국민 중심의 정치를 해야 살아남는다"면서 "당내에서 이런 목소리의 중심에 설 사람은 朴대표"라고 했다. 이는 한나라당 내 신주류의 태동을 예고한다.

반면 이러한 체제 정비가 당내 역학관계의 변화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견제도 만만찮을 것 같다. 김용갑.김기춘 의원 등 崔전대표 체제에서 강한 보수의 목소리를 내온 영남 중진의원들은 노무현 정부와의 선명한 대결을 우선시하며 朴대표를 압박할지 모른다. 차기 대권의 잠재적 경쟁자인 이명박 서울시장 등의 움직임도 변수다. 이재오.홍준표 의원 등 李시장과 가까운 인사들은 당 운영의 비판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다.

이 같은 견제가 박근혜 체제를 흔들려는 여권의 구상과 상승작용을 일으킬 경우 朴대표는 안팎의 도전에 직면할 수도 있다. 요즘 당 일각에서 朴대표가 6월 전당대회에 불출마해 숨 고르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드는 건 이 때문이다. 물론 이런 주장에 대해 朴대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박승희 기자

◆19일자 4면 '한나라 신주류 나오나' 기사의 표 중에서 '최규식'은 '최구식'의 잘못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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