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정부 때 실세 M·S·B 의원, KBS에 가족·지인 출연 청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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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시절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실세 국회의원들이 KBS의 방송 프로그램에 가족이나 지인을 출연시켜 달라는 청탁을 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연말 가요대상 수상자에 포함시켜 달라는 요청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파악한 전·현직 국회의원들은 17대 국회에서 여당의 고위직으로 활동한 M·S·B 의원이다. 이 중 한 명은 현직 의원이다. 감사원은 이들의 청탁이 모두 성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31일 “2005년을 전후해 여당 실세 의원이었던 세 의원이 KBS의 가요 프로그램 제작을 총괄하는 고위직 프로듀서(PD)에게 청탁을 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권 실세를 자처하는 국회의원들이 공영방송에 정치적 압력을 행사한 일탈 행위”라고 말했다.

M 의원은 자신의 동생이 KBS 가요 관련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을 맡을 수 있도록 KBS의 L 전 예능국장에게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 전 의원도 자신의 가족인 가수 S씨의 방송 출연과 관련해 L 전 국장에게 청탁을 했다고 한다. 당시 인기가 높지 않던 S씨가 전국노래자랑의 초대가수로 출연할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또 B 전 의원은 “인기 트로트 가수인 이모씨가 KBS의 연말 가요대상 수상자에 포함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는 2006년 자체 감사를 벌여 국회의원들의 청탁 의혹을 파악했으나 결과가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았다.

감사원은 KBS의 자체 감사 내용을 바탕으로 17대 국회의원들의 KBS 프로그램 관련 청탁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의원들의 청탁 대상자로 거론된 L 전 국장은 “청탁을 받았던 기억이 전혀 없다”며 “당시 방송가에 괴소문이 많았으며 국회의원 관련 내용도 그중 하나일 뿐”이라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L 전 국장은 “국회의원들이 ‘방송 활동을 하는 가족들에게 신경 좀 써 달라’고 말하는 것은 방송가에선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2004년까지 KBS 예능국장을 지낸 L 전 국장은 2006년 정년퇴직했다.

이에 대해 S 전 의원은 “그런 일 없다. 그런 내용으로 통화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두 명의 전·현직 의원은 해외 체류 등의 이유로 전화 통화가 되지 않았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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