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축구 비쇼베츠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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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너무 좋아요,좋아.성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하고….한국인들이 그토록 바라던 일이 이뤄졌으니….』 한국이 일본을 꺾고 아시아정상에 등극한 감격이 깊은 새벽의 적막을 온통 휘저어놓은 28일 오전 3시30분(한국시간).콸라룸푸르 샤알람스타디움에서의 「대첩」을 끝내고 막 숙소(홀리데이빌라호텔 910호)로 돌아온아나톨리 비쇼베츠( 50.우크라이나 태생 러시아인) 감독은 이미 논리를 잃어버린 상태였다.평소의 청산유수같은 말솜씨는 어디로 갔는지 여전히 가쁘게 몰아쉬는 숨결속에 『오 친구,고마워』라는 말만 연발했다.
〈관계기사 39면〉 -우선 소감부터.
『3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과 아시아 정상 확인이라는 두가지 「외적 목표」가 달성돼 기쁘기 짝이 없다.특히 일본을 꺾고 맞은 우승의 의미는 한국인들이 더 잘 알지 않는가.
또 「내적 목표」,즉 당장 불안해 보이더라도 한국축구 선진화를 위해 한국축구와 현대축구를 접목시키려 했던 나의 노력이 차츰 본색깔을 드러내고 있어 흡족하게 생각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예선전등 초반에 부진했는데.
『무조건 다 이기려는 것도 좋지만 게임에 임하는 전술이 따로있어야 한다.어차피 서비스게임이 아닌 만큼 반드시 이겨야 하는게임,비기거나 져도 좋은 게임을 구분하고 또 최용수같은 스트라이커가 뛰느냐 안뛰느냐에 따라서도 전술을 달리 해야 한다.특히콸라룸푸르로 떠나기 전 이경수등 5~6명이 부상으로 시달려 우리팀(한국팀)의 전반적 컨디션이 5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 -사우디아라비아.일본 등에 대한 평가는.
『중국을 포함,세팀 모두 현대축구를 소화하기 시작했다.그러나그들에게도 약점은 있다.마에조노.조 쇼지(이상 일본)같이 거의완벽하게 현대축구를 소화한 선수도 있지만 상당수는 아직 현대축구와 몸에 밴 고유축구와의 괴리가 눈에 띄는 등 약점이 보였다.바로 그점을 파고 든 것이 승인이다.』 -한국축구에 대해서는. 『이른바 「한국적 축구」에도 장점은 있다.특히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은 한국축구의 좋은 특징이자 전통이다.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잘해야 아시아의 왕자고 자칫 「생각하는 축구선수」보다 「축구로보트」만 생산할 우려가 있다.』 -올림픽 본선에 합류할 「와일드카드」 3명을 홍명보.황선홍(이상 포항).고정운(일화)으로 확정했다던데.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물론 그들은 훌륭한 선수고 그들도 나와 같이 94미국월드컵때 뛰어봤기 때문에 내가 주문하는 바를 알고 있을 것이다.5월에 있을 유럽 클럽팀과의 경기를봐가며 결정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팀 플레이의 질을 더 개선하는 것은 물론 좋은 선수를 더 발굴해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콸라룸푸르=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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