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억짜리 원자로 기술 버려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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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에 따라 올해 안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10년 동안 약 1400억원 가까운 정부 연구개발비를 들여 개발한 스마트의 핵심 기술은 언제 재활용될지 모르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개발팀도 올해 말 해체해야 한다.

연구팀은 지금도 새로운 기술개발은 완전히 접어둔 채 올해 말 프로젝트가 어떻게 될지 모를 것에 대비, 각종 기술개발 서류를 분류·정리하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스마트 개발팀 김긍구 박사는 “스마트의 기술개발 마무리 과정이 지난 1년 반 정도 표류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고유가 시대에 개도국의 에너지난의 구원투수로서 한몫 단단히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중소형 원자로 개발에 나섰으면서도 세계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마트는 10년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수출용으로 개발을 시작했으며, 세계적으로 핵심 기술이 가장 많이 개발된 중소형 원자로로서 유일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엘바라데이 사무총장도 그 개발 과정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다른 국가에서도 중소형 원자로를 개발하려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단지 개념 설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유일한 완전 국산 모델 원전=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대형으로 미국의 핵심 기술을 가져온 것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수출을 하려면 애로 사항이 많다.

스마트는 설계에서부터 전산코드, 원자로 등 핵심 기술을 전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관련 특허를 50건 출원했으며, 설계문서만 4040건에 이른다. 현재의 기술개발률은 70%며, 나머지 30%는 성능시험 등 부대 기술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제 ‘설거지’ 할 일만 남은 셈이다.

스마트는 2007년 초까지만 해도 잘나가는 듯했다. 정부에서 대형 국책연구개발 사업화 과제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대기로 한 한국전력이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스마트의 용량이 초기 개발 모델보다 두 배로 커지면서 모델 이름도 스마트-330과 스마트-660으로 나눠졌다.

스마트-330은 10년 가까이 개발됐으며, 이 기술을 확대해 스마트-660을 개발하려 했었다.

설상가상으로 2007년 한 정부 부처에서 스마트에 대해 경제성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고 밀어붙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평가를 맡았다. 이미 선행평가에서 첫 개발 모델(스마트-330)에 대해 ‘경제성이 있다’고 나왔었다.

그러나 KDI가 올 2월 내놓은 평가결과는 전혀 달랐다. ‘경제성이 없다’로 뒤집어졌다. 그 평가 잣대 중 하나는 유가를 배럴당 37달러로 잡은 것도 있다. 올 2월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었었다.

KDI 연구담당자는 연구결과를 스마트-660에 대한 평가에 국한한다고 언급했지만 ‘경제성 없다’는 결론은 스마트 개발 과제 전체를 다시 살리기 어려운 지경으로 모는 결과를 가져왔다. 핵심 기술 대부분이 개발된 스마트-330까지 덩달아 반죽음 상태가 된 것이다.

◇수출 타진하는 외국 많아도 손 못써=카자흐스탄·아랍에미리트·칠레·필리핀·리비아 등이 스마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공동으로라도 개발을 완료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에서 부담해야 할 연구비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공동개발이 아닌 경우 수출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기술검증 시험까지 모두 마쳐야 한다. 거기에 들어가는 기간은 약 4년, 비용은 약 1700억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는 이런 해외의 모든 관심은 축구에서 문전 처리를 못해 골을 못 넣는 것과 비슷한 형국으로 바뀌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스마트(SMART) 원자로=바닷물을 담수로 만들면서 전기도 생산할 수 있는 중소형 원자로. 인구 10만 명 정도의 도시에 설치하기 좋은 크기다. 안전성은 국내에서 가동 중인 대형 원전에 비해 100배 정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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