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사랑과 신뢰의 보험 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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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이은주 명예주부통신원

"학교에서 널 못살게 구는 애들은 없니. 학원에서는?"

왕따 동영상 파문 후 아이에게 자주 묻곤 한다. 특히 신학기가 되니 이것저것 맘이 놓이질 않는다.

지난해부터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상담교사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커다란 덩치에 우르르 몰려 다니며 차도로 뛰어드는가 하면, 서슴없이 거친 말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젠 선생님과 부모 손을 벗어났구나'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상담을 위해 소그룹으로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대부분의 아이는 아직도 너무 순진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자신의 이야기가 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누군가 맞장구를 쳐주었으면 하는 눈으로 날 바라본다.

"너두 그랬니? 나두 집 나가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쌓인 이야기를 왁자지껄 떠들다 제자리를 찾아 결론을 맺는 걸 보면 얼마나 기특한지 모른다.

친구의 고민에 제법 의젓하게 답글을 달아주고 함께 걱정하는 아이들. 가장 소중한 것을 적으며 눈물짓는 아이들을 과연 엄마나 선생님은 아실까. 집에서는 학교로, 학교에서는 집으로 아이들을 떠넘기는 것을 종종 본다.

"잰 원래 저래" " 집에서 엄마는 뭘 가르치는지…"-.

마음 둘 곳 없는 아이들이다. "우리집엔 대화가 없어요. 엄마의 잔소리뿐이지요. 아빠는 성적이 나올 때만 대화를 하자고 그래요. "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왕따당하기 이전에 이미 집에서 왕따를 당하는 건 아닐까.

왕따 보험상품 문의가 늘었다고 한다. 친구들로부터 왕따가 될까 우려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든든한 사랑과 신뢰의 보험을 들었으면 한다. 사랑과 신뢰표 보험의 준비물인 인내와 열린 마음을 준비해서.

이은주 명예주부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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