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극장 음향 측정 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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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2월 한달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오페라극장(1547석)에 대한 음향 측정을 하고 왔다. 필자가 10년간 유학했고 SOH 음향 담당 존 바세트가 박사과정 중인 시드니대와의 공동 연구다. 본격적인 개.보수 공사에 앞서 낮에는 외부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밤에는 공연 때문에 매일같이 밤샘 작업을 했다.

SOH 오페라극장의 잔향(殘響)시간은 공석(空席)시 1초0으로 나타났다. 만석(滿席)시 더 줄어드는 것까지 감안하면 매우 짧은 편이다(오페라극장의 적정 잔향시간은 만석시 1초2~1초4다). 좌석에 따른 편차도 심했다. 무대 앞쪽은 1.2초에 가까웠지만 발코니 아래쪽과 2층 뒷줄 복판은 0.9초 이하로 떨어졌다. 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음압(音壓)도 좌석에 따라 4㏈까지 차이가 났다.

SOH의 경우 리노베이션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돛, 조개껍질, 잘라놓은 오렌지 등을 연상케 하는 지붕 모양은 그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전혀 손 댈 수 없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석으로 유입되는 외부 소음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작업이 전체적인 구조와 객석 배치까지 바꾸는 것으로 발전했다.

음향 컨설턴트를 맡은 영국의 애럽사는 급경사로 만들어진 1층 객석을 두 개의 층으로 나누고 객석수를 300석 늘리기로 했다. 오페라극장 내부 공사에만 7000만 호주달러(약 61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콘서트홀은 LA 디즈니홀, 도쿄 산토리홀을 설계한 일본 나가타(永田)음향이 개.보수 설계를 맡았다.

전진용<한양대 건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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