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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자연형 하천사업은 메가 트렌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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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자연형 하천의 모범사례일 수 있는 서울 양재천에는 청둥오리·해오라기 같은 새들이 찾아오고 참붕어·피라미·메기가 살아 뛰논다. 저녁 무렵 주변 산책로에는 하루의 피로를 씻기 위해 부부들이 산책을 나온다. 주말에는 가족들과 자전거도 타고 하천변의 자연도 즐긴다. 가는 곳마다 인라인 스케이트나 마라톤 동우회 활동이 활발하다. 가족을 두고 주말골프를 떠날 ‘용기가 없는’ 가장이 막히는 고속도로에 차를 끌고 나오는 것과, 10분 걷는 거리의 자연형 하천으로 가족 피크닉을 가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을 선호하겠는가. 도시 자연형 하천사업은 수원 수원천을 필두로 시작 서울의 탄천·양재천·청계천 자연형 하천사업을 거치고 나니, 대세가 되었다.

하천이란 오랜 세월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일 텐데 애써 자연형 하천을 강조하는 것은 여태껏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도심 지역 소하천은 복개해 하수도로, 그리고 주차장으로 사용했다. 그야말로 1970~80년대 소하천은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고 오물이 흐르는 곳이었고 냄새나고 보기 싫어 청결하게 (?) 덮어버렸다. 먹고살기 바쁜 시절에 무슨 자연형 하천을 찾았으랴.

그런데 갑자기 시대가 변했다. 도시 사람도 변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 목표가 70년대 말 1000달러 목표 달성만큼 감동적이지 않다. 이제는 하천 부지를 덮어 주차장으로 사용하겠다는 간 큰 지자체장은 없다. 물을 이용하는 이수(利水)와 홍수에 대비하는 치수(治水) 관점에서 벗어나 하천 환경 기능도 살리고 생태계도 복원하자는 것이다. 규모는 훨씬 크지만 서울시 한강르네상스 사업도 친환경적 하천 개념을 역사성과 시민 편의를 강조한 도시 개념에 결합시킨 범주라고 할 수 있다.

자연형 하천 주변은 공기도 맑고 살기 좋아지니 주변 땅값도 오른다. 오죽하면 하천관리 못하면 지자체장도 못 되고 국회의원도 떨어진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소하천을 포함한 전국의 하천 길이는 3만㎞가 넘는다. 주요 도시에도 소하천이 거미줄처럼 깔려있다. 우리 국민 대부분이 도시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자연형 하천사업은 국민 다수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주옥 같은 사업이다. 삶의 질 향상을 원하는 도시민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큰 그릇이다.

훼손된 하천 생태를 복원하고 시궁창 하천을 정화하려면 각종 첨단 환경기술도 필요하다. 국내 시장이 없어 고전하는 중소 환경기술 업체들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대규모 환경파괴를 수반하는 대운하 사업포기를 탓할 일이 아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자연형 하천사업은 우리 시대의 메가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자연형 하천사업에도 부족함이 없을 수 없고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자연형 하천사업이 이뤄지는 곳은 서울이나 수도권 도시다. 돈 있는 도시다. 수많은 지방 소도시는 재원부족으로 제대로 된 자연형 하천사업에 엄두를 못 낸다. 국토 균형발전과 국민 복지 차원 차원에서 중앙정부 지원도 생각해볼 만하다.

또한 자연형 하천사업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환경단체 간의 갈등도 불거져 있다. 하천의 생태적 복원을 중시하는 환경단체들과 시민의 편의 공간 확보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지자체 간의 진지한 대화와 논의가 필요하다.

발전에도 단계가 필요하듯 자연형 하천도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80년대 한강종합개발 사업은 한강변 공간에 고수부지와 공원을 조성, 서울 시민에게 인기 있는 메가톤급 편의 공간을 제공해 주었지만 천박한 콘크리트 고수부지라는 오명을 받기도 하였다. 자자체장의 재임기간 치적에 지나치게 신경쓰는 속전속결용 자연형 하천사업도 경계 대상이다. 광주시 광주천 자연형 하천사업이 예가 될 수 있다. 적법한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하고 예산 낭비, 전시행정과 개발 위주 사업이 되었다는 것이 지역 환경단체들의 문제 제기다. 그렇다면 자연형 하천사업 취지가 무색하다. 도시자연형 하천사업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시민 참여와 감시 또한 성공적인 자연형 하천사업에 필수적이다.

윤제용 서울대 화학생물공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