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몰고 오는 듯한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상쾌한 기분으로상급자용 리프트에 올라탔다.옆에 앉은 40세정도의 아주머니가 의미담긴 눈빛으로 인사한다.
『내가 몇살이냐고 물어보시려고요』하고 묻자 『아니,누가 그런실례를 했었어요.보기 좋은데요』하며 교양있는 대답을 한다.
나는 스키 리프트나 높은 산 정상에서,혹은 한국사람이 거의 없는 이국의 낯선 거리에서 배낭을 멘채 어쩌다 한국 사람을 만났을 때 『대단하십니다.실례하지만 올해 몇이세요』하는 인사를 제일 먼저 받는다.그러면 나는 『왜요.제가 여기에 못올 만큼 늙어보입니까』하고 웃으며 응수한다.
55세라는 적지않은 나이지만 나는 누구보다 등산.여행.운동을즐긴다.처녀 때부터 호기심.모험심이 많아 새로운 것이나 궁금한것에는 부딪쳐보아야 속이 시원했다.나이들어 그 좋은 것 못하고살게 될까봐 열심히 운동하며 체력도 길렀다.
그 때문에 아직까지는 힘에 부쳐 하고싶은 일에 지장 받지는 않는다. 20대의 아들과 배낭을 지고 세계의 구석구석을 다녔는가 하면 북극권에 위치한 노르웨이 나르비크에서부터 핀란드의 로바니에미까지 30시간씩 계속 차를 탄 적도 있다.그러나 피곤하다며 아들에게 신경쓰이게 한적은 없다.
나는 당뇨치료를 꽤 오래전부터 받고 있기 때문에 꼭 건강하다고는 할 수 없다.그러나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이 끝없고,여행중 평생을 간직하던 그리운 장면을 만나면 가슴이 떨린다.높은 산 정상에 힘들게 올랐을 때 성취감에 기쁘고 장엄 한 대자연을만났을 때 바라보며 가슴 숙연해지는 나는 분명히 아직도 청춘이다.
신초자 서울관악구봉천1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