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등산.여행 즐기는 55세 청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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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봄을 몰고 오는 듯한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상쾌한 기분으로상급자용 리프트에 올라탔다.옆에 앉은 40세정도의 아주머니가 의미담긴 눈빛으로 인사한다.
『내가 몇살이냐고 물어보시려고요』하고 묻자 『아니,누가 그런실례를 했었어요.보기 좋은데요』하며 교양있는 대답을 한다.
나는 스키 리프트나 높은 산 정상에서,혹은 한국사람이 거의 없는 이국의 낯선 거리에서 배낭을 멘채 어쩌다 한국 사람을 만났을 때 『대단하십니다.실례하지만 올해 몇이세요』하는 인사를 제일 먼저 받는다.그러면 나는 『왜요.제가 여기에 못올 만큼 늙어보입니까』하고 웃으며 응수한다.
55세라는 적지않은 나이지만 나는 누구보다 등산.여행.운동을즐긴다.처녀 때부터 호기심.모험심이 많아 새로운 것이나 궁금한것에는 부딪쳐보아야 속이 시원했다.나이들어 그 좋은 것 못하고살게 될까봐 열심히 운동하며 체력도 길렀다.
그 때문에 아직까지는 힘에 부쳐 하고싶은 일에 지장 받지는 않는다. 20대의 아들과 배낭을 지고 세계의 구석구석을 다녔는가 하면 북극권에 위치한 노르웨이 나르비크에서부터 핀란드의 로바니에미까지 30시간씩 계속 차를 탄 적도 있다.그러나 피곤하다며 아들에게 신경쓰이게 한적은 없다.
나는 당뇨치료를 꽤 오래전부터 받고 있기 때문에 꼭 건강하다고는 할 수 없다.그러나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이 끝없고,여행중 평생을 간직하던 그리운 장면을 만나면 가슴이 떨린다.높은 산 정상에 힘들게 올랐을 때 성취감에 기쁘고 장엄 한 대자연을만났을 때 바라보며 가슴 숙연해지는 나는 분명히 아직도 청춘이다.
신초자 서울관악구봉천1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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