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움교 살인 방조 방송국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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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시청률 경쟁에 눈먼 한 TV 방송국이 오움 진리교의 일가족 살인행위를 도와준 일이 밝혀져 일본 사회가 들끓고 있다.
유력한 민간방송인 TBS(도쿄방송)는 89년 10월 사교 집단인 오움 진리교를 비판해 온 사카모토 쓰쓰미(坂本堤.당시 33세)변호사를 인터뷰했다.
아사하라 쇼코(麻原彰晃) 오움 교주의 정체를 폭로한 인터뷰 내용은 그러나 방영되지 않았다.
정작 문제는 담당 프로듀서가 인터뷰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인터뷰 내용을 오움교 간부에게 보여주면서 발생했다.
부하의 보고를 듣고 분노한 아사하라 교주는 눈엣가시같던 변호사 일가를 살해하라고 지시했다.같은 해 11월4일 사카모토 변호사는 부인.아들과 함께 이유도 없이 실종됐고,이들은 6년 뒤인 지난 해 산속에서 암매장된 시체로 발견됐다.
TBS는 사카모토 실종 직후 아사하라 교주를 인터뷰,그 내용을 방영했다.
한동안 발뺌하던 TBS는 담당 프로듀서를 해고하고 이소자키 히로조(磯崎洋三)사장이 유족과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25일 저녁에는 10분동안 사과방송을 내보내고 이소자키사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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