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50년대 유럽에 再보험 가입 보험社들 손해사정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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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나라 북한에 요즘 유럽 보험인들의 발길이 잦아졌다.94년이후 계속된 북한의 가뭄.홍수.태풍등 각종 기상재해에 대한 손해사정 때문이다.「주체사상」을 내세워온 북한이 일찍이 국영보험회사를 통해 각종 자산을 유럽보 험업계에 재보험들었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영국의 인디펜던트지가 24일 도쿄(東京)특파원발로 보도한 기사를 요약,소개한다.
〈정리=유권하 기자〉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고 해빙분위기에 접어든지 7년이 지났지만 북한은 여전히 구식 스탈린주의를 고집하는 이상하고 폐쇄적인 나라다.심지어 서방 정보기관의 첩보위성마저 북한 노동당과 김정일(金正日)에 대한 막연한 정보외엔 수집하지 못하 고 있을 정도다.
그러한 북한에 최근 2년사이 예기치않던 외국인 입국자들이 부쩍 늘어났다.평양정권 스스로 파놓은 구덩이에서 그들을 끌어올려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영국의 보험업자들이다.
재작년 김일성(金日成)이 사망하자 북한에는 권력공백이 생겨났다.더욱이 연료.식량.외화부족에 따라 북한경제는 최악의 상태에이르렀다.게다가 지난해 여름 발생한 대홍수는 쌀농사에 큰 타격을 주었으며 50만명의 이재민과 1백억 파운드( 약12조원)상당의 손실을 입혔다.북한의 전통적 우방국 러시아와 중국도 이젠기댈만한 언덕이 아니다.
그러나 김일성은 그의 집권초기,잘 알려져있지 않은 예상밖의 조치를 취해놓았었다.집권기간 내내 「주체」를 강조해왔음에도 그는 사려깊은 가장처럼 「가정」을 위한 보험을 들어두었던 것이다. 57년 북한정부는 국영 「조선해외보험공사(KFIC)」를 통해 선박.건물.공장.가축.농작물등에 보험을 들었다.
그러나 북한처럼 집체주의적 경제에서는 이런 보험이란 것이 「제 닭 잡아먹기」식인지라 KFIC는 이중 일부분을 유럽시장에서재보험에 들어두었다.
오랫동안 이 계약은 잘 굴러갔으나 94년 이후 북한에 홍수.
가뭄.태풍 등 자연재해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특히 북한의 농토를 거의 폐허로 만든 지난해 홍수이후 외국보험사들은 보험금 지불을 요구하는 북한의 득달같은 성화 에 시달리기시작했고 이에따라 피해산정을 위해 북한을 찾는 런던재보험업자의발걸음도 잦아졌다.94년이래 베이징(北京)~평양 항로에는 유럽재보험회사 직원들과 보험중개업자들로 북적대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산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한 보험중개인은 최근 북한의홍수로 인한 재해를 「재앙(災殃)」이라고 표현한다.재보험업자들은 북한당국과의 논란끝에 홍수피해의 대부분은 보험금 지급대상서제외한다는 합의를 끌어냈지만 건물등의 재산피해 에 대해서는 3천만~5천만파운드의 보험금을 지급해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보험시장은 꽤 구미당기는 것이지만 문제도 많다.재보험사인 커머셜유니온사는 올초 발생한 평양의 컴퓨터센터 화재로 인해 약 4백만파운드 이상의 보험금 지급에 직면해있다.그런데 1차조사결과 이번 화재는 심각한 연료난에 직면한 북 한이 난방을하지 못해 스프링클러가 얼어붙는 바람에 제때 진화못해 일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사태는 올 6월 평양 주요 건물에 대한 계약 경신때 재보험 업자들의 자세를 더욱 강경하게 만들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북한은 해외에서 보험금을 울궈내 국내경제의 재건에 이용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그러나 이런 일을 되풀이할때결국 보험에 관한한 북한의 신뢰도는 국제사회에서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받을 것이다.이와 관련,서방의 관 계자들은 북한에 이미지 개선을 위한 조심스러운 접근법을 충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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