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보수 정당" 한나라 변신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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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6일 오전 17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국민의 지지에 거듭남으로써 보답하겠습니다."

총선 열기가 가시지 않은 16일 오전 한나라당 여의도 천막당사.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총선 후 첫 일성으로 당의 '변신'을 다짐했다.

아침 일찍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한 기자회견에서다. 그는 이날 회견의 초점을 민생 정치와 한나라당의 재탄생에 맞췄다.

향후 여야 관계에 대해서도 그는 "경제 살리기와 국민 고통 최소화에 모든 목표를 맞추겠다"며 "이런 차원에서 야당으로서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잘못에 대해서는 분명한 목소리로 비판하겠다"고 강조했다. '협력'과 '견제'를 함께 추구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그는 "탄핵안과 관련,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시위가 벌어지면 국민이 불안해 하고 나라가 편치 않아진다"며 "정당의 힘을 어려운 경제와 민생해결에 100%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선 내내 한나라당을 괴롭혀온 탄핵 공방에서 민생으로 초점을 옮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제안한 여야 대표회담에 대해서도 탄핵 문제가 아니라 민생경제를 논의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현안이 있으면 열린우리당 당사에 가서 만날 수도 있다"고 했다. "상생의 정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민생정치가 불가능하다"며 대결보다 대화와 협력에 무게를 실었다.

朴대표가 이처럼 민생을 강조하는 건 이것만이 당의 살 길이라고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경필 의원은 "박근혜 효과가 힘을 발휘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고 민생정치를 강조한 덕"이라며 "이를 누구보다 朴대표 자신이 절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朴대표가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더라면 표를 많이 잃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朴대표는 선거운동 기간에 근거가 빈약한 공격은 하지 못하도록 했다. 심지어 선거 막판에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스위스 비밀자금설을 퍼뜨리자 즉각 선대본부에 전화를 걸어 "누구라도 비슷한 방법으로 대응치 말라"고 지시했을 정도다.

합리적 보수 정당을 지향하면서 상생의 정치를 펴겠다는 朴대표의 철학이 당 전체로 확산되면서 선명 보수를 지향했던 최병렬 전 대표 때와는 당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김형오 선대본부장은 "한나라당은 앞으로 싸우지 않는 국회,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견제할 땐 견제하더라도 정부.여당을 도와야 할 때는 확실히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세일 공동선대위원장은 "합리적 보수파인 朴대표가 한나라당을 정책 위주의 민생정당으로 바꾸면 정쟁에 신물이 난 국민의 지지도가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정호 기자<namjh@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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