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 대형마트 추가 입점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28일 오전 8시 충북 육거리시장. 청주지역 최대 재래시장인 이 곳 1000여 개 점포가 영업을 중단했다. 대형마트 추가 입점을 반대하는 상인들이 ‘반대의 뜻’으로 하루 동안 문을 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찬거리 마련을 위해 시장을 찾았던 주민들이 헛걸음을 하기도 했다.

육거리시장 외에도 가경터미널시장·가경복대시장·사창시장 등 청주지역 13개 재래시장에서 2500여 개의 점포가 모두 문을 닫았다.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책마련을 논의했다. 상인들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대형마트 입점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상인 1000여 명은 낮 12시30분부터 충북도청 인근 상당공원에서 대형마트 입점 불허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상인들은 “대형마트를 추가로 허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길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간 도청에서는 행정심판위원회가 대형마트 입점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를 열었다.

◇대형마트vs재래시장=인구 65만 명인 청주시에는 7개의 대형마트가 영업 중이다.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인구 15만 명 당 1개인 적정기준을 3개나 초과했다. 이런 가운데 ㈜R산업은 지난해 12월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일대 5만1806㎡에 소매시장·산업자재지원상가 등을 짓겠다고 청주시에 시행자지정 신청을 냈다.

청주시는 1월22일 시행자 지정신청은 받아들이고 대형마트 입점을 불가하다는 부대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불복한 ㈜R산업은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충북행정심판위원회는 5, 6월 두 차례에 걸쳐 심의를 벌였지만 여론 때문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남상우 청주시장은 최근 “대형마트로 인한 자금의 역외유출이 심각하다”고 했다. 남 시장은 행정심판 전에는 “위원회 관계자들이 청주경제의 안정성을 가져다 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시장 상인들의 반발을 고려해 대형마트 입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였다.

상인들의 입장은 더 강경하다. 충북상인연합회는 “청주시가 대형마트 사업지정을 허가하지 않은 것은 지역경제의 미칠 파장을 고려한 것”이라며 “행정심판위원회도 사업 시행자의 지정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성기 충북상인연합회장은 집회에서 “예약 손님이 있는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모두 문을 닫았다”며 “재래시장 상인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대형마트 입점 반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심판위원회는 결국 ㈜R산업이 신청한 도시계획시설 사업시행자 지정 처분 일부 취소 청구 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충북도 관계자는 “재래시장 보호를 위한 공익성 측면을 고려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청주시의 대형마트 허용 규제가 법적 효력이 없는 ‘충북도의 지침’에만 근거해 법정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높다. 지침을 잣대로 댈 경우 민간업체에게 손해배상까지 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R산업 측은 이번 결정에 불복, 행정소송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진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