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은 1000만달러가 넘는 선인세에 보답이라도 하듯 미천한 출생 배경에서부터 다양한 스캔들까지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답니다. 대통령선거 열풍까지 누를 만한 출판 소재가 있는 미국 출판계가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그즈음 한 출판사 사장이 신간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몇 달 동안 책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신문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실에서는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 하기 힘들다”는 이유였습니다. ‘풍(風) 풍 풍’으로 요란했던 총선도 그렇지만, 그 후에 다시 몰아칠 탄핵풍을 견디기가 더 힘들 듯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하기야 2002년 대통령선거부터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기까지의 과정을 극적으로 재구성한 실명 정치소설 『대통령』(이수광, 일송북)이 출간 1주일 만에 3쇄를 찍은 걸 보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소설보다 더 극적인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출판시장 침체의 원인을 출판 외적인 요소로 돌려서는 곤란합니다. 북리뷰에 담을 책을 고를 때 ‘안배’ 차원에서 국내 저자의 책을 찾지만 손에 잡히는 책은 드뭅니다. 그리고 ‘…형 인간’유의 책은 왜 그렇게 많습니까. 책과 대중의 행복한 만남을 유도할 수 있는 ‘책의 날’(23일)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벤트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날 스페인 등에서는 도시 전체가 책으로 넘쳐나는 행사가 펼쳐진답니다.
정명진 Book Review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