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책사랑] 책 읽으러 시골 간 조희봉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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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랑에도 종류가 있다면 ‘미치도록 사랑한’급에 분류될 만한 사람이 한명 있다.

조희봉(34·사진)씨. 종종 언론에 ‘북 칼럼니스트’ 또는 ‘독서 칼럼니스트’로 등장하는 그는 현재 강원도 화천군 상서읍의 상서우체국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독서일기 형식인 책 『전작주의자의 꿈』(함께읽는 책)을 낸 인물이기도 하다.

‘전작주의’(全作主義)라는 말 자체를 만든 그는 관심 있는 작가나 저자의 저작물을 몽땅 구해 읽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윤기씨의 책은 1백여 권을 읽었고, 안정효·고종섭·신영복씨 등의 책과 글도 거의 다 구해 읽었다고 한다. 스티븐 킹·폴 오스터·정운영·김진균·김영하 등도 그의 전작주의의 대상이다.

그는 군 복부를 마치고 한양대 경제학과에 복학했던 1995년을 전작주의 실험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학생운동의 핵심은 반미였는데, 학생들이 미국이라는 대상을 제대로 몰라 이미 패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먼저 미국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미국 책 번역을 많이 한 이윤기씨의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고 읽다 보니 전부 다 읽어야 그의 뜻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늘의 문』을 시작으로 이윤기의 책을 모두 훑기로 마음먹은 그는 한동안 헌책방에 파묻혀 살았다. 출간된 지 오래돼 그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윤기도 기억하지 못하는 번역물까지 찾아냈고, 이씨는 2000년 그의 부탁으로 주례를 맡기도 했다. 그는 현재 헌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숨어있는 책’의 핵심 회원이기도 하다. 2년 전 6년여간 다녔던 대기업에 사표를 내고 책읽기와 글쓰기에 더욱 몰두했던 그는 지난해 부친이 운영하던 별정우체국을 물려받았다.

그는 “요즘에는 시간 나는 대로 본가가 있는 춘천의 헌책방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최근에는 일본 작가들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별 거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뭔가가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해변의 『카프카』 『키친』등의 최신작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읽고 있다.”

그는 “어머니가 문학소녀 같은 분이셔서 책을 많이 사주셨고, 그래서 그런지 어려서부터 책 욕심이 많았다”며 자신의 장서량을 5000권쯤으로 추정했다. 그는 “한달에 수십 권씩 새로 사지만 대부분이 헌책이어서 큰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며 “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헌책방에 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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