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흔한 ‘너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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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 15면

부사 ‘너무’의 본뜻은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이다. “이 여름은 너무 더워서 넋이 나갈 지경이지만 그렇다고 찬 것을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니 조심해야 한다”고 할 때의 ‘너무’들은 바로 그런 뜻으로 쓴 것이다. ‘너무 크다. 너무 어렵다. 너무 위험하다’ 등에서처럼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한데 요즘엔 너나없이 ‘너무’를 너무 헤피 쓴다. ‘매우, 아주, 참, 정말, 무척, 더할 나위(수) 없이, 깊이’ 따위가 모두 ‘너무’에 눌려 맥을 못 춘다. 너무 기뻐요, 너무 예뻐, 너무 고마워, 너무 맛있어, 너무 섹시해….

▶너무 사랑해서 결혼하기로 했다: ‘정말’이나 ‘매우’로 바꾸는 것이 자연스럽다.

▶진짜 배우답게 대중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정답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아주’나 ‘매우’가 좋다.

▶화재 현장에서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들을 보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지나치게 자랑스럽다’는 어색하다. 역시 ‘매우’나 ‘아주’로.

▶다른 스포츠에서는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바둑에서는 엄청난 파격이다: ‘너무’를 빼면 그만이다.
 
또 하나 골치 아픈 어구가 ‘더 이상’ 이다. 어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많다. 일정한 수준이나 양을 초과함을 나타내는 ‘이상’을 ‘더’에 붙인 것은 당치 않다는 것이다. 아무도 ‘덜 이하’를 쓰지 않듯이. ‘더 이상’은 ‘더, 더는’을 비롯한 다른 말로 바꾸거나 아예 빼는 게 좋을 때가 많다.
 
▶에어컨, 더 이상 쌀 수 없다: ‘더는’이면 충분하다.

▶관악산은 수도권 주민이 마지막으로 숨쉴 공간으로서 더 이상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게…: ‘더’ 가 좋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분이다: 역시 ‘더’가 정답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더 이상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다: ‘더 이상’을 빼면 된다.

▶혹독한 인권유린으로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주민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 ‘계속’이면 뜻이 잘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