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씨 돈 178억 빼돌린 여교수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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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25일 박철언 전 장관이 맡긴 178억여원을 통장을 위·변조하는 방법으로 인출한 혐의(특가법상 횡령)로 H대학 여교수 강모(47)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강씨의 부탁을 받고 박 전 장관의 돈이 통장에 입금된 것처럼 통장 71개를 위·변조한 혐의(사문서위조 등)로 H은행 지점장 이모(46·여)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는 2001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박 전 장관으로부터 통장에 입금하라고 받은 돈을 입금한 것처럼 꾸며 76차례에 걸쳐 178억원을 횡령한 혐의다. 은행지점장 이씨는 강씨의 부탁을 받고 박 전 장관의 차명계좌 통장에 컴퓨터나 수기로 돈이 입금된 것처럼 꾸민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강 교수가 횡령한 돈을 부동산 구입에 50억여원, 가족에게 17억여원, 외제차 구입 등에 6억여원, 기타 무용단 공연비나 생활비 등으로 대부분 사용했고, 현금 11억원과 일부 부동산을 박 전 장관 측에 반환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현재 암수술 등으로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환자인 점이 감안돼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박 전 장관이 횡령당했다는 돈이 노태우 정부 시절 장관 또는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면서 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부정한 비자금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했지만, 은행 입출금 전표 등이 남아 있지 않아 돈의 성격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박 전 장관은 이 돈이 비자금이 아니라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과 친지들이 연구소 설립을 위해 준 후원금이라고 주장해 왔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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