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附和雷同-주관없이 남의 주장에 따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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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타협(妥協)과 절충(折衷)보다 아집(我執)과 독선(獨善)으로일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뚜렷한 자기 주관이 없이 맹목(盲目)과 방종(放縱)으로 일관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이 부화뇌동(附和雷同)이다.부화(附和)란 무조건 남의 주장에 따르고 아부하는 것을 말하며,뇌동(雷同)역시 같은 뜻이다.굳이 「천둥」을 뜻하는 「雷」자를 덧붙여 「雷同」이라고 한 데는 까닭이 있다.
옛날 사람들은 자연의 모든 현상이 그것을 주재하는 어떤 거대한 존재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그래서 비나 바람.이슬.눈은 물론이고 지진이나 일식.태풍까지 신의 조화(造化)로 돌렸다. 재미있는 것은 천둥과 번개에 대한 인식이다.지금이야 그것의발생원리를 초등학생도 다 알지만 옛날에는 모두 신의 조화로 여겼다. 그런데 그들은 거대한 천둥소리가 지상에 부딪쳐 메아리치는 것을 두고 만물이 그 소리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보았다.그래서 천둥소리가 크게 울리면 반응(곧 反響)도 크고 작으면 작게반응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만물은 천둥소리에 따라 한치의 착오도 없이 무조건 반응하는 것이 된다.이처럼 천둥소리에 함께 따르는 것을 雷同이라고 표현했다.이처럼 雷同에는 옛 조상들의 과학지식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附和든,雷同이든 상대방의 의견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므로 좋은 뜻은 아니다.그것보다는 자신의 주관에 따라 당당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그렇다고 아집과 독선은 곤란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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