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자리보전/ 자리 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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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우리네 어머니들은 화병(火病)이 도지거나 집안에 큰 걱정거리가 생겨 당장에 감당하기 힘들면 방에 자리를 깔고 누우시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때 ‘몸져누웠다’는 말을 사용한다.

‘몸져눕다’와 같은 뜻으로 쓰는 말로 ‘자리보전하다’가 있다. ‘자리보전’은 병이 들어서 자리를 깔고 몸져누움(lying in one’s sickbed)이란 의미다. 그런데 아래 예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뭔가 이상하다.

① “ㅈ아무개 사장은 자리보전을 위해 자기 회사의 이익을 버렸다.”

② “우리가 임원에게 건의하고 조언해야 할 적절한 시기는 그가 새로 경영진이 됐지만 제자리를 잡지 못할 때, 실적 부진으로 자리보전이 위태로울 때, 직장생활의 가치와 의욕을 잃고 방황할 때 등이다.”

위 예문의 ‘자리보전’은 사전의 뜻풀이와는 전혀 다른 뜻으로 쓰였다. 말 그대로 자신의 자리[직책]를 보전한다(preserve one’s position)는 의미다. 그러므로 ‘자리 보전’처럼 띄어 써야 그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띄어쓰기 하나가 이런 엄청난 의미 차이를 발생시킨다. ‘첫날밤’과 ‘첫날 밤’처럼.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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