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공무원채용 국적차별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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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 도쿄(東京)도의 보건 행정직 공무원인 재일한국인 2세 정향균(鄭香均.46.여)씨는 지난 11일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간부시험 응시 기회를 놓쳤다.
도의 인사위원회가 국적이 한국이라는 이유로 鄭씨의 응시원서 접수를 재차 거부,응시 연한을 초과했기 때문이다.94년에도 응시를 거절당한 鄭씨는 도쿄지방재판소에 응시자격 확인소송을 내 법정투쟁 중이다.
과거 일제에 의해 끌려온 이들이거나 그 후손인 재일 한국인 중 대다수는 연금 등 사회 보장과 공직 취임 때 불이익을 받고있다.국적이 한국이기 때문이다.그러면서도 이들은 세금 납부 등의무사항은 꼬박꼬박 이행해야만 한다.
이같은 일본 사회의 차별에 투쟁하는 재일 한국인의 집념과 노력은 눈물겹다.
지난달 29일 오사카(大阪)에서는 평생동안 연금 차별 시정을요구하는 재판을 벌여왔던 정상근(鄭商根.74)씨가 숨져 재일교포들을 안타깝게 했다.鄭씨는 42년 일제에 의해 노무자로 전선에 끌려갔다가 태평양 섬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중 상을 입은 징용 피해자.
일본 정부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원호 대상에서 제외시키자 鄭씨는 법정 투쟁을 시작했다.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1심에서 『외국적이라는 이유로 원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원호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판결을 얻어냈다.
숨지는 바람에 鄭씨는 상급심의 결정을 받아 볼 수 없게 됐지만 1심 판결은 鄭씨가 평생을 바쳐 재일교포 사회에 남긴 값진유산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고치(高知)현이 하시모토 다이지로(橋本大二郎.하시모토 총리의 동생)지사의 결단으로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전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국적 차별조항을 없앴다.
이 조치는 외국인,특히 한국인에 대한 각종 차별이 보편화된 일본사회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로 평가되고 있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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