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이지배하는표밭>3.重鎭일수록 선거하기 더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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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상대가 중진.거물의원이면 싸우기가 더 쉽다?』 15대 총선정국을 관통하는 역설 아닌 현실이다.사실 각 정당의 중진이라면지명도면에선 신인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얼굴이라도 아는 사람 찍는다』는게 14대에 걸쳐 내려온 우리선거의 관습이었다.그러나 그게 바뀌고 있다.
중진일수록『해놓은게 뭐가 있느냐』『여기도 새 얼굴좀 뽑자』는신인들의 거센 도전에 휘말리고 있다.
신인들이 자청해 중진.거물을 찾아다니는 경우도 상당하다.황낙주(黃珞周)국회의장에게 도전장을 낸 무소속 김칠규(金七圭)후보는 창원갑.을중 본인의 선택으로 을을 택했다.국민회의 김상현(金相賢)지도위의장에게 도전한 신한국당 이성헌(李性 憲)위원장도비슷한 사례.영화배우출신 신한국당 강신성일(姜申星一)후보는 인근 대구동을에서 출마하라는 당 지도부의 권유를 뿌리치고 자민련김복동(金復東)부총재를 상대로 선택했다.
14대 국회의원중 지역구 4선급 이상의 지역구 중진.거물의원은 35명.이중 3분의2 가까이가 이처럼 신인들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서울 강서지역에서 야당의 4선의원을 상대하고 있는 40대의 K씨.『지금 유권자들은 중진의원에 대한 막연한 반감(反感)같은 것을 갖고 있다.아마 현재의 정치를 주도하는 인사 전반에 대한 거부감같다.예를들어 호남출신 유권자들도 「DJ를 봐서 국민회의 후보를 찍지만 인간적으로는 싫다」는 분위기가 광범하게 성숙돼 있다.』 중진에 대한 반감은 상대적 박탈감이 가장 큰 이유라는게 후보들의 지적이다.경남의 또다른 언론계 출신K후보.『국회의원의 힘이란 것이 사실 별게 아니다.그런데 지역구에서는 지역발전이 안된데 대한 반감의 희생양으로 현역의원을 지목한다 .』 이 후보는 「남들은 다 잘사는데 우리는 왜 그만큼 못사느냐」는 박탈감을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동력(動力)으로지적했다.
대구의 신인후보 B씨.『현역의원이 거물이라지만 이름에 걸맞은업적이 없다.14대 들어 당적을 여러차례 옮긴 철새정치인이다.
전직 대통령의 친.인척이라고 기대가 컸는데 그 대통령도 감옥에갔다.내가 떨어질 이유가 없다.』 현역의원들이 생존을 위해 탈당.재입당등 복잡한 궤적을 그렸던 것도 결과적으론 감표(減票)요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14대 의원 2백99명중 당초의 소속당적을 유지한 의원은 단 한명도 없다.당명이 바뀌고 탈당과창당.통합이 다반사 였기 때문이다.
『중진요? 조직이 노화됐어요.여러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나태해지고 군살이 붙고,선거운동 기법도 젊은 우리만 못하죠.인지도에서 앞선다거나 고정표가 있다는 건데 크게 겁 안나요.오히려 중진이 상대하기 더 편합니다.장.단점이 다 노출돼 있고,밑져야 본전이거든요.』변해도 많이 변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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