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총선 바람' 안 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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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총선 결과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과거에 치러진 각종 선거 전후의 주가변화를 보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특정 정당의 승패 여부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만큼 해소되느냐를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증시에 미치는 영향 작아=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6차례의 선거(총선.지방자치선거.대통령선거)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선거 다음날 세번 오르고, 세번 내렸다. 15대 대선 다음날엔 5.1%, 한나라당이 승리했던 16대 총선 다음날엔 4.3% 각각 하락했다.

하지만 15대 대선 때는 외환위기로 인한 국제통화기금(IMF)체제 돌입 초기였고, 16대 총선 때는 한달 전 미국 나스닥 시장이 고점을 찍고나서 급락하던 상황이었다. 선거가 주가의 단기흐름을 바꾼 것이 아니고 국내외 경제상황 때문에 약세장이 됐다는 것이다.

◇'불확실성'해소가 관건=17대 총선 역시 증시 흐름엔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선거 이후 주가는 국내기업들의 실적, 미국 증시, 외국인 매매 동향 등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탄핵 정국 속에서도 주가는 꾸준히 오른 것을 감안하면 선거 결과가 심리적인 영향을 줄지언정 근본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종료 자체가 증시엔 긍정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투증권 하민성 연구원은 "경제 회복을 위한 각 당의 정책이 비슷하고,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각 당은 내수경기 진작 등에 주력할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증시도 이를 긍정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인 JP모건은 총선 이후 내수 회복이 확인될 경우 한국 증시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총선 후 펼쳐질 정국에 따라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김학균 연구원은 "이번 선거에는 '대통령 탄핵'이란 또 다른 이슈가 걸려 있어 선거 후에 정치적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면서 "미국 주가가 하락하는 등 외부여건이 나빠지는 상황과 맞물리면 시장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사례로 지난 3월 대만 총통 선거 이후 정국이 혼란을 겪자 대만증시에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빠진 것을 들었다.

대우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파트장도 "총선 후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면 외국인들이 부정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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