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실세 CEO 구속…M&A 기업들 불똥 튈까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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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LBO(자금 차입에 의한 기업 인수)방식에 의한 기업 인수합병(M&A)이 도마에 올랐다. 검찰이 지난해 한일합섬 인수를 주도한 동양메이저 건설부문 추연우(49) 대표이사를 19일 밤 배임증재 혐의로 전격 구속하면서다. 검찰은 동양메이저가 한일합섬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받아 이 돈으로 한일합섬을 인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와 M&A 업계에서는 추 대표의 구속에 당혹해하고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M&A를 한 기업이 많은 데다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기법이라는 이유에서다. 동양메이저 측은 문제의 LBO방식도 아니라며 더욱 펄쩍 뛴다.

◇엇갈리는 주장=검찰의 구속 혐의는 두 가지로 알려져 있다. 동양메이저가 한일합섬을 인수하면서 아직 인수도 하지 않은 이 회사 주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으로 한일합섬을 샀다는 것이다. 동양메이저가 빚을 갚지 않을 경우 한일합섬은 담보로 잡힌 자사 주식을 일방적으로 손해본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동양메이저 측은 한일합섬 주식을 담보로 잡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일합섬을 인수할 목적으로 동양메이저 주식 1000억원을 현물출자한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한 뒤 SPC 주식을 담보로 4000억원을 빌려 한일합섬을 인수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추 대표가 M&A과정에서 한일합섬 임원에게 약 19억원을 제공한 것도 문제삼고 있다. 그러나 동양메이저 측은 “인수한 후 한일합섬 임원들과 경영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자문료 명목으로 준 돈”이라고 주장한다.

◇사건의 파장=재계는 수사의 파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우려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해태와 쌍용자동차 등 대부분의 법정관리 기업들이 LBO방식으로 인수합병됐기 때문이다. 진로와 한국토지신탁은 동양메이저처럼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한 후 합병됐다. 한 M&A 전문가는 “동양메이저 사건은 대법원이 불법으로 판결한 LBO사건과는 다르다”며 “검찰이 이번 사례를 불법으로 규정할 경우 금호아시아나와 유진 등 유사한 방식으로 최근 대형 M&A를 성사한 기업들도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2006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피인수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LBO방식은 불법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재계는 또 추 대표의 그룹 내 위상을 감안할 때 검찰 수사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게까지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 대표는 현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다.  

김영욱·김준현 기자

◇LBO(Leveraged Buyout)=기업을 인수할 땐 거액이 필요하다. 이 돈을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의 자산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넣고 대출 받아 마련하는 방식을 말한다. ‘자금 차입에 의한 기업 인수’로 번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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