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의 색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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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어사전에는 대변인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어떤 개인이나 기관을 대신해 의견과 태도등을 책임지고 말하는 사람.」 우리 정치판에선 대변인을 정당정치의 꽃이라고 말하고 있다.각당 선거대책위 대변인이 모습을 드러낸지 1주일이 지났다. 신한국당 김철(金哲),국민회의 김한길,민주당 김홍신(金洪信),자민련 이동복(李東馥).
15대 총선에서 당의 사기를 좌우하는 선대위 대변인간 입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이들은 그동안 신인 대변인으로서 각자의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줬다.
신한국당 김철대변인은 기자출신답게 대기자형이다.이거다 싶은 사안이 걸리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5일까지 8차례 논평을 냈는데 모두 야당의 1인자인 김대중(金大中)총재와 김종필(金鍾泌)총재를 상대로 했다.그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논 평 한토막.
『국민들이 자민련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은 우리정치사의 어두운과거를 수집해둔 정치박물관이다.박물관 전시물은 관람할순 있어도사용할순 없다.』 국민회의 김한길대변인은 정식 임명장을 받지못해 논평을 선보이진 못했다.대신 그는 김대중총재로부터 대변인 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다.金총재를 일일이 따라다니며 호흡을 맞추고 있다.金총재는 『선거전이 시작되면 우리당엔 당신과 나밖에없 다』는 인식을 주입시키고 있다는 후문이다.연설등에서 나타난金대변인의 스타일은 방송전문가형.토크쇼 진행을 맡은 경력을 발휘해 대변인에 내정되자마자 기자실 조명과 앰프장치의 위치부터 바꿨다. 자민련 이동복대변인도 김종필총재의 사전수업을 거쳤다.
지난 1주일동안 金총재는 기자간담회에 그를 꼭 배석시켰다.기자출신인 그는 72년 7.4공동성명 발표당시 남북조절위원회 우리측 대변인을 맡아 대변인이란 타이틀이 낯설지 않다.안기부 특보를 역임하기도 한 그는 『남북대화때 북한 노동당의 생각도 읽었다』며 『金총재의 마음을 읽겠다』고 한다.그는 치밀한 논리를 바탕으로 한 선동형이다.정부를 비판한 『되는 통일 기다리지 않고 안되는 통일 억지로 하려는 통일정책』이라 는 논평이 이를 보여준다.92년 안기부 훈령조작 사건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그는자타가 공인하는 보수주의자.
『신한국당의 이회창(李會昌)선대위의장.박찬종(朴燦鍾)수도권대책위원장.김윤환(金潤煥)대표등 세 사람은 호호(好好)선생님이자전국을 도는 기쁨조.』 민주당 김홍신대변인은 논평에서 보듯 풍류와 해학형이다.『인간시장』이란 소설로 일약 베스트셀러작가가 된 그는 다른 대변인들과 달리 3金보스에서 벗어나 논평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그의 논평은 작가답게 비유를 마음껏 구사하고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스타일과 경력을 가진 선대위대변인들은지금 저질정치 산실이라는 일반의 대변인관에 꽤 신경을 쓰고 있다.때문에 이구동성으로 인신비방을 피하고 격조있는 논평을 다짐하고 있다.
치열한 선거전에 돌입해서도 이런 다짐이 지켜질지는 두고볼 일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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