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호화판 제헌절 행사에 네티즌 눈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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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에서 열린 제60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퓨전 국악과 비보이(B-boy) 공연 등 파격 행사와 9만원짜리 고급 오찬 등으로 치러진 17일 제헌절 경축 행사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기념도 좋지만 형식이 고유가와 독도 분쟁, 금강산 피격 사건 등 어수선한 국가 사정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이날 국회 본관 중앙홀에서 치러진 제헌60주년 경축식은 오전 9시쯤 시작해 1시간 30여분간 음악과 춤, 국악과 서양 음악이 어우러진 볼거리로 참석자들을 사로잡았다. 식전행사에서는 '대한민국 헌정사 격동의 60년'이라는 주제로 합창과 타악 공연, 전자현악단의 음악 공연, 퓨전국악팀과 비보이의 합동 공연이 펼쳐졌다. 성악가 신문희와 국악인 고금성, 뮤지컬 배우 최정원, 팝페라 가수 정세훈씨가 축하 공연으로 함께 '손에 손잡고'라는 노래를 불렀다.

행사 중간 중간에는 화려한 볼거리에 몰입된 이철승 헌정회장 및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김형오 국회 의장 등 각계 인사들의 생동감 있는 표정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와 디자이너 앙드레 김, KBS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해 인기를 끌고 있는 라리사 씨 등 유명인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국회의장을 비롯한 경축식 참여 인사 300여명은 63빌딩에서 1인당 9만원 상당의 오찬을 했고, 국회는 불꽃축제를 포함해 행사비용으로 8억6000만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행사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에서도 이날 행사에 대한 네티즌간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ggaruta'는 "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행사가 치러진 것 아닌가"라며 "괜히 뺏기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blackcat7811'는 "위에서는 사람이 죽고 아래에서는 도발을 하는데 먹고 마시는 것이 들어가는가"라고 비판했다. 'dudndi1009'는 "아무리 경축일이라지만 지금 시국에 이런 잔치를 해도 되는가"라며 "초등학생도 나라 일을 걱정하는 판국인데 국사를 챙겨야 하는 분들의 생각이 짧은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댓글이나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에도 비판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경축 60주년 인 만큼 의미 있었다" "잊혀진 공휴일에 이색적 행사를 봐서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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