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케첩에 푸아그라 얹고 … ‘명품 햄버거’에 푹 빠진 파리지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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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프랑스 수도 파리에 미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햄버거 열풍이 불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6일 보도했다.

NYT는 “햄버거와 치즈버거가 도시를 침략했다”며 “올여름에는 생제르맹에 있는 카페나 별 세 개를 받은 주방장이 운영하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육즙이 가득한 쇠고기 패티를 넣은 버거를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요리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그동안 햄버거를 제대로 된 요리로 여기지 않았다. 격식이 없고 뒤죽박죽인 데다 인스턴트로 빨리 만드는 등 모든 면에서 프랑스 요리와 정 반대라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미슐랭가이드가 별 3개를 준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햄버거가 주요 메뉴가 될 정도로 분위기는 달라졌다.

변화를 이끄는 사람들은 유명 레스토랑의 주방장들이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든 햄버거를 속속 내놓으면서 햄버거의 고급화와 현지화를 선도하고 있다. 일본 소를 패티로 쓰고 블랙베리로 만든 검은 케첩과 검은 건포도를 곁들이는가 하면 푸아그라를 토핑으로 한 햄버거를 선보인 식당도 있다. 여름철을 겨냥해 쇠고기 패티 대신 새우와 오징어를 넣기도 한다. 이로 인해 파리 레스토랑의 햄버거 가격은 맥도널드 햄버거의 열 배를 웃돌기도 한다. 일급 요리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르 달리에서 파는 햄버거는 35유로(약 5만6000원)에 달한다.

NYT는 고급 버거에 열광하는 손님들의 태도 역시 주방장들의 달라진 모습만큼 놀라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열풍에도 햄버거를 먹는 에티켓은 프랑스에 아직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미국인들의 평가다. 햄버거를 은식기에 담아 서빙하거나 손님이 요청해야만 케첩을 가져다 주는 모습은 햄버거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햄버거를 파는 식당의 주인인 알리샤 퐁타니에는 “햄버거를 손에 들고 먹는 것도 즐거움의 한 부분인데 손님 10명 중 9명은 양손에 포크와 칼을 들고 햄버거를 먹는다”며 “그 모습을 보기 싫어 주방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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