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 숨 막히는 종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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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세돌 9단 ●·쿵 제 7단

제12보(174~196)=어제 집 계산을 하면서 착각을 하나 했다. 덤을 6집 반으로 계산했는데 응씨배의 덤이 7집 반임을 깜박한 것이다. 덤이 7집 반이면 차이는 더 줄어들고 오히려 선수를 쥔 백이 터럭 하나만큼이라도 유리한 상황일지 모른다. 물론 막판에 이르면 두 집 끝내기나 한 집 끝내기나 모두 짝수로 남았을 경우 선수가 무의미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반 집 승부는 운이라는 얘기도 나오는 것이다.

이세돌 9단은 174~181까지 중앙과 하변을 정리하더니 몇 군데 선수를 거쳐 194로 손을 돌린다. 영양가 있는 반찬이 다 사라진 판 위에서 이 수는 가장 맛 좋고 또 가장 큰 곳.

이어 ‘실전 진행’의 수순으로 끝내기가 정리됐는데 201과 208은 맞보는 곳. 여기서 다시 한번 계가를 해 보자.

▶흑집=좌상 64집, 하변 5집 반, 중앙 7집, 우하 13집, 합계 89집 반.

▶백집=우상 60집, 좌하 10집 반, 중앙과 하변 11집, 덤 7집 반, 합계 89집.

신기하다. 여전히 흑이 반 집 정도 앞서고 있다. 한데 어찌하여 쿵제 7단은 비통한 모습이고 이세돌 9단은 어딘지 모르게 여유가 있을까. 쿵제는 절대 우세의 바둑을 이 지경으로 만든 그 자체를 비관하고 있을까.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이 판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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