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병원 '도요타式' 부실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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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앨러게이니 종합병원은 최근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라인스톱제를 도입했다. 공장에서 작은 불량이 발생할 경우 생산라인 전체를 스톱하는 것처럼 진료 문제가 발생하면 최고 경영진까지 나서 즉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 병원은 이 같은 조치로 두곳의 중환자실에서 정맥주사 감염률을 90% 떨어뜨려 연 50만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봤다.

미국 병원들이 '도요타 방식'을 도입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이 13일 보도했다. 최근 미국 의료보장제도가 파산 지경에 이르는 등 병원들이 치솟는 비용 부담에 경영 여건이 악화되자 도요타의 생산방식에 눈을 돌린 것이다. AWSJ는 현재 미국 전역의 10여개 병원이 도요타 공장의 인원.장비의 빠른 순환과 근본원인 진단, 가이젠(改善) 등을 도입해 비용 감축과 치료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도요타 방식은 수요에 맞춰 적기에 정량을 생산하고(Just In Time), 근로자의 작업공정을 분석해 불필요한 노동을 없애 최대한 작업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대신 문제가 발견되면 모두가 근본 원인을 치유하는 데 매달려 불량품과 재고.낭비를 없애 생산성을 높이는 게 특징이다.

병원들은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해 환자들의 대기 시간이나 수술실 준비시간, 휠체어 재고율까지 대폭 줄였다. 의사들의 검진과 치료도 훨씬 빨라지고 오진이나 의료사고도 없앨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폴 오닐 전 재무장관은 미국에서 도요타식 개혁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인물. 알루미늄대기업 앨코아의 최고경영자 출신인 오닐 전 장관은 6년 전부터 피츠버그지역 보건개혁운동을 이끌며 의사와 병원 경영진을 상대로 5일 코스의 '도요타 방식'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이미 32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또 시애틀의 버지니아메이슨병원의 경영진 30여명은 올 들어 직접 일본 도요타와 히타치 에어컨 공장을 2주간 방문해 경영비법을 전수받기도 했다고 AWSJ는 전했다.

그러나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 자동차공장의 생산공정을 주입하는 것에 대해 반발도 만만치 않다. 효율을 최고로 하는 공장의 문화와 치료 중심의 병원 문화 사이에 충돌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경영진과 의료진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일부 환자들은 빡빡해진 진료 일정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이같은 갈등을 무마하려고 의료진과 병원 직원들에게 도요타식 개혁을 교육하면서 아예 '도요타'란 이름을 빼버리기도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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