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진단 사간동 문화거리 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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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최근 경복궁 옆 사간동 일대를 문화거리로 가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문화계의 큰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경복궁 복원사업이 진행되는 시점과 맞물려 일어난 북촌마을(경복궁과 창경궁사이일대) 되살리기 문화운동의 일환인데 미술계와 ■ 역주민들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되고 있다.
◇구상=이달초 장우성(張遇聖.월전미술관장),이경성(李慶成.전국립현대미술관장),이대원(李大源.전 예술원회장),문명대(文明大.서울시문화재위원장),김낙준(金洛駿.출판문화협회장)씨등 문화예술계 단체장 및 각계 인사 70여명은 「국군병원 이전하고 문화거리 만들자 추진위원회」(위원장 李斗植 한국미술협회이사장)를 구성하고 청와대를 비롯,총리실.국회.국방부.문화체육부.서울시등9개 유관기관에 건의서를 제출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건의서에서 밝힌 사간동 문화거리 구상은 이렇다.
경복궁에서 인사동~운현궁~비원~창덕궁에 이르는 지역을 문화벨트로 이어가기 위한 장기적인 구상속에 그 첫 단계로 경복궁 옆사간동 일대를 문화거리로 조성하고 이 사업에 큰 걸림돌이 되고있는 국군서울지구병원을 하루 빨리 이전해 문화 용도의 시설로 전용하자는 것.
경복궁 옆 사간동 거리는 동십자각에서 삼청동쪽으로 올라가면서7개의 화랑과 대한출판문화회관 및 출판사,법련사와 서점,전통 한복집과 프랑스문화원,월전미술관등이 들어서 있어 6백년 고도(古都)서울문화의 전통과 현대가 유일하게 어우러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또 금호미술관 신축공사가 한창이고 비원쪽으로 한 블록 들어가면 한국의 인재들을 배출한 경기중.고교 건물(현 정독도서관)이위치하며 그 앞에는 서울선재미술관이 개관을 서두르고 있다.
가회동에는 전통한옥들이 즐비한 한옥보존지구가 북촌마을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고 운니동쪽에는 삼성현대미술관이 들어서게 되며 운현궁의 복원이 거의 끝나가는등 이 지역일대는 다양한 문화유산과 문화예술시설이 운집해 있다.
더욱이 경복궁옆 병원자리는 조선시대 사간원(司諫院)과 왕가의종친부(宗親府),규장각(奎章閣)등이 있던 경복궁의 부속지역이었다.일제가 그곳에 총독과 고관가족등 일본인을 위한 병원과 의학전문학교등을 세워 훼손한 뒤 현재의 상태로 이어 져 오고 있다.8천여평에 달하는 병원을 문화시설로 전용하는 것은 일제잔재 청산이라는 의미와 함께 거리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게 추진위측의 주장이다.
◇문제점=이러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그 첫 작업이 되는 국군서울지구병원의 이전문제는 간단치 않은게 현실이다.병원기능과 함께 군정보기관의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 이 건물이기 때문.
지난 14일자로 관계기관에 접수시킨 건의서에 대한 반응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를 연상시킨다.청와대 한 관계자의 『서류를 접수했다.신문보도 등으로 위에서도 알고는 있으나 워낙 미묘한 사안이라 예의 검토중』이라는게 아직은 반응의 전부다.
오히려 당사자인 군당국이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93년4월 국방부가 『기무사를 98년까지 교외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사실이 보도됐고 그해 10월 기무사에 대한 국회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기무사의 외곽이전은 빠를수록 좋다』고 지적했었다.군당국은 이달초 『옮길 수도 있다.그러 나 예산이 문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그러나 다른 기관들의 입장은 아직 모호하다.
정도 6백주년을 앞두고 이 지역 일대에 대한 개발계획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시도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고 현재도 『우리와 직접 관련이 없다』는 입장.
◇방향=이 동네의 토박이로 예맥화랑을 운영중인 정근희(鄭槿姬)씨는 『이전설(說)이 신문에 보도됐을 당시에도 새 건물공사를하고 있었다.유서 깊은 이 일대가 안이한 대책으로 일부 지역은슬럼화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먼저 국군병원 을 문화시설로 전용하는 것이 이 지역을 살리기 위해 선결되어야 할 과제다.구체적인 청사진을 만들어 제시하는 등 관계당국의 이해를 구해 나가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찍이 문화계 인사들에 의해 병원자리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분관이 들어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이래 이 방안은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과천 현대미술관이 서울에서 너무 떨어져 있어「시민의 미술관」이 되기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 다.
김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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