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동양철관 인수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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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원양어업을 주업종으로 하고 있는 동원그룹이 동양철관의 새 주인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커지고 있다.동양철관은 이미 신호그룹이 인수를 추진중이어서 이 회사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신호와 동원의 한판 싸움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 계열사인 동원정밀과 한신증권은 지난해 7월 동양철관이 발행한 73억원어치의 전환사채(CB)를 보유하고 있다.
만일 이들 두 회사가 동양철관의 CB를 주식으로 전환(전환가2만7천원)할 경우 주식수는 27만3백주(23일 현재 발행주식수에 합산한 지분율은 11.4%)에 달해 동양철관의 1대주주로부상하게 된다.
이같은 지분율은 신호그룹이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동양철관의대주주 1인인 박재홍(朴在鴻)씨와 그의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인수를 추진중이라고 밝힌 주식수(15만3천4백주,지분율 7.31%)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동양철관의 CB는 지난해 7월 동원그룹의 계열사인 한신증권을주간사로 총 1백30억원이 발행됐는데 이중 50억원어치는 일반공모됐고 10억원어치는 투신사가 인수해 갔다.
동양철관의 CB는 발행후 이미 6개월이 지난 상태여서 언제라도 주식전환이 가능하다.동원그룹이 보유CB를 주식으로 전환해 동양철관을 인수하게 되면 CB를 이용한 첫 인수.합병사례가 된다. 이와 관련,동원정밀 관계자는 『단기여유자금이 생겨 유가증권 투자목적으로 CB를 샀을 뿐 동양철관을 인수할 뜻은 없다』며 이같은 가능성을 부인했다.또 동원산업 관계자도『계열사지만 기업경영이 독립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동원정밀의 CB 매입사실은 자세히 모른다』며 『동양철관을 인수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강조했다.이들의 말대로라면 본의아니게 상장기업 하나를 인수하게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증시관계자들은 『동원정밀은 자본금 29억원에 순이익이27억원(94년말 기준)에 불과하고 부채와 자산의 규모가 각각2백30억원에 달하는 등 자본잠식상태에 있어 단순투자목적으로 70억원에 달하는 CB를 샀다고 보기 어렵다』 며 『동원그룹이계열사인 동원정밀을 동원해 동양철관을 인수하려는 의도를 가지고있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하고 있다.동원그룹은 이미 94년 성미전자와 여수MBC를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다각화를추진하고 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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