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컴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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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을 해보니 어때?” “후회하고 또 감사하지.”“결혼을 하면 뭘 얻게 되지?” “모든 걸 얻었고 자유를 잃었지.”
  결혼을 한 관객이라면 무릎을 탁 친다. 미혼이라면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러나 뮤지컬 ‘컴퍼니’는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란 바비(고영빈)의 고민에 어떠한 결론도 내지 않는다. 갈림길에서의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국내 초연인 컴퍼니는 뮤지컬계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이다. 지난해 역시 국내 초연한 ‘스위니 토드’가 그의 대표작이다. 아내와 딸을 유린한 판사를 향해 펼치는 이발사의 핏빛 복수극 스위니 토드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컴퍼니가 그의 작품이란 것에 다소 의아해할 듯하다. 그만큼 컴퍼니는 밝고 경쾌하다.
  누군가 옆에 없다는 것이 두렵지만 싱글의 달콤한 자유를 잃을까봐 결혼을 주저하는 서른다섯 살의 바비. 그의 주위를 결혼한 다섯 커플의 친구들이 맴돈다. 서로 으르렁대는 해리(서영주)와 사라(이정화), 이혼 후에도 함께 사는 피터(선우)와 수잔(박수민), 서로를 위해 일탈도 마다하지 않는 데이빗(홍경수)과 제니(양꽃님), 아슬아슬하게 결혼에 골인하는 폴(민영기·정상윤)과 에이미(방진의), 결혼과 이혼 경험이 풍부한 래리(김태한)와 조앤(구원영). 사는 모습도 결혼에 대한 생각도 각양각색이다.
  그들은 바비에게 ‘너도 이제 결혼해야지’라고 속삭이면서 한편으론 지금 그대로 남아 있어주길 바란다. 여기에 바비와 세 여자친구의 만남이 더해져 결혼과 연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진다.
  작품은 기승전결 없이 에피소드로 구성되는 콘셉트 뮤지컬이다. 드라마의 전개나 내용보다는 표현 방식을 중요시한다. 간결하면서 도회적인 무대는 이러한 독특한 형식을 담아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14명의 배우들이 등·퇴장 없이 무대 외곽 의자에 앉아 공연을 이끌어가는 방식도 새롭다. 내용은 1970년대가 배경임에도 현재의 관객과의 소통에 서툴지 않다. 핵심을 정확히 건드리는 대사와 가사가 귀를 솔깃하게 한다.
  국경을 초월하지 못한 몇몇 정서에서의 이질감도 무난히 넘길 정도의 것이다. 범상치 않은 캐릭터로 객석을 쥐락펴락하는 여배우들의 활약도 놓치지 말아야 할 관람 포인트다.
  이지나 연출. 8월 1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평일 오후 8시, 주말·공휴일 오후 3시·7시(월요일엔 공연 없음). 3만5000~5만원. 문의 02-501-7888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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