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들, "신강균…" 사과방송에 항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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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12일'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프로그램의 담당 국장과 책임PD를 전격 교체한 것과 관련, MBC 보도제작국 기자들이 항의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MBC는 12일 '신강균의…'프로그램 책임자인 배귀섭 보도제작국장과 김현주 책임PD를 각각 해설위원실과 보도국으로 전보 발령했다. 또 '뉴스데스크'마지막 부분에 대국민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엉뚱한 사람과 통화한 내용을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의 말이라고 방송하는 사고를 낸 데 따른 것이다.

이에 MBC 보도제작국 소속 기자 30여명은 12일 밤 긴급 기자총회를 열고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의 과도한 정치공세에 굴복한 보도본부장부터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 녹취사고와 관련해 통렬한 자기반성과 함께 시청자와 당사자들께 정중하게 사과한다"고 밝히면서도 "명백한 실수에 대한 책임은 통감하지만 이를 빌미로 국민의 방송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의 기도는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총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전격적으로 단행된 이번 인사조치는 그동안 <사실은>과 <시사매거진 2580> 등 보도제작 프로그램에 불만을 제기해 온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의 정치공세에 굴복한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면서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고, 수구신문 권력과 타협하며 보신에 급급한 보도본부장부터 책임을 지는 것이 국민 앞에 책임지는 올바른 자세"라고 지적했다.

MBC 보도제작국 기자들은 사측의 입장을 지켜본 후, 13일 오전 10시 총회를 다시 열고 최종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뼈를 깎는 반성을 하며 … 정치공세에 굴복한 보도본부장부터 사퇴하라

사회비리에 대한 비판과 권력감시를 소명으로 삼아온 MBC 보도제작국 기자들은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프로그램의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 녹취사고와 관련해 통렬한 자기반성과 함께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당사자인 전여옥씨와 잘못 방송된 시민에게도 정중하게 사과합니다. 또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방송을 제작하기 위해 애써온 MBC 종사자들에게도 송구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언론의 길은 끊임없는 자각과 뼈저린 자기성찰을 요구합니다. 그렇지 못할 때 그 감시의 칼끝이 자신에게 향하는 이치를 이번 기회에 뼈저리게 느끼고 반성합니다.

<사실은>팀은 지난 4월 2일 역대 선거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색깔론'이 이번 선거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을 전달하려는 프로그램에서,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원에 대해 색깔론을 제기한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의 발언을 다뤘습니다.

<사실은>은 유세일정에 바쁜 전여옥 대변인의 전화인터뷰를 녹취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전화번호의 한 자리를 잘못 읽고 눌러 다른 사람과 연결됐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잘못 방송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실은>의 녹취용 전화의 통화기록을 확인한 결과 전여옥 대변인이 아니 다른 사람과 연결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다시 한번 이번 사고는 본인 확인을 하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실수에서 비롯된 방송사고임을 확인하며,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고의적인 조작은 절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이에 대해 지난 11일, 보도제작진 일동은 시청자에 대한 깊은 사과와 관련자들에 대한 정중한 사과를 담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를 뉴스와 <사실은>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돌연 취소되고, 경영진은 오늘 전격적으로 보도제작국장과 그동안 과로로 인한 지병으로 두달 가까이 병가 중이던 <사실은>팀 담당 부장의 보직을 박탈했습니다.

제작진은 사태발생 초기부터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혀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전격적으로 단행된 이번 인사조치는 그동안 <사실은>과 <시사매거진 2580> 등 보도제작 프로그램에 불만을 제기해 온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의 정치공세에 굴복한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의 대표경선 토론회 중계 요구 등 정치권의 각종 압력을 도맡아 처리해온 보도본부장의 그동안의 행태를 볼 때 그런 의혹은 더욱 굳어집니다.

우리 제작진은 명백한 실수에 대한 책임은 통감하지만, 이를 빌미로 국민의 방송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의 기도는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고, 수구신문 권력과 타협하며 보신에 급급한 보도본부장부터 책임을 지는 것이 국민 앞에 책임지는 올바른 자세일 것입니다.

지난 87년 방송민주화 투쟁 이후 수많은 외압을 물리치고 지켜온, 문화방송의 소명의식은 좌절될 수 없습니다. 우리 보도제작국 기자들의 비판정신은 무뎌지지도 또 후퇴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시청자와 함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실'을 사수할 것입니다.

- 정치권의 과도한 정치공세에 굴복하고, 국민의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한 보도본부장부터 즉각 사퇴하라.

- 국민의 방송을 장악하려는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의 어떤 기도에도 맞서, 국민의 알 권리를 지켜나갈 것이다.

2004. 4. 12 문화방송 보도제작국 기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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