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 마당

주민번호 도용 대책 세워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최근 주민등록번호 도용으로 인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주민등록번호 도용과 관련한 피해상담 건수가 8000건이 넘는다고 한다.

이처럼 주민등록번호가 쉽게 도용되는 등의 사고가 잇따르는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국가에서 부여한 주민등록번호를 금융거래는 물론 부동산 매매며 웹사이트 회원 가입까지 민간 분야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에선 국가가 부여한 개인 식별번호를 민간에서 사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둘째로는 주민등록번호의 도용자를 처벌하거나, 한번 노출된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현행 주민등록법은 '재산상의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사람만 처벌하도록 돼 있다. 또 주민등록번호에 오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번호의 변경이 불가능해 번호를 한번 노출한 사람은 평생 도용 위험과 불편을 안고 살아야 하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주민등록번호의 체계 자체가 이미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주민등록번호는 출생일.출신지.성별 등으로 구성돼 있어 그 자체로 개인의 신상을 소상히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당국은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개편해 이 같은 개인 식별성을 제거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창범.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