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제임스 릴리 前주한미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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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임스 릴리 전주한미대사는 16일 중앙일보와의 회견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공조는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릴리 전대사는 현재 워싱턴 소재 미국공공정책연구소(AEI)에서 아시아연구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북한당국은 성혜림(成蕙琳)씨 일행의 서방탈출과 북한 조명길하사의 평양주재 러시아대사관 무장진입사건 등에 몹시 당황하고 있을 것 같은데 북한정권의 앞날을 어떻게 보십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북한정권의 붕괴조짐으로 해석할는지 모르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물론 북한정권이 부패되고 농업.산업정책 등 모든 분야에서 회생(回生)이 어려울 정도로 한계에 이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강력히 통제된 사회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이번 사건만 가지고 북한정권의 붕괴가 예고됐다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합니다.』 -89년 동독의 대량난민 발생과 같은 사태가조만간 북한에서 일어나지 않을까요.
『북한 현상황은 그때와는 다릅니다.북한의 사회통제는 어느 나라보다도 철저합니다.구동독의 경우 대량의 난민이 발생했을 때는이미 서독의 영향을 상당히 받고 있었습니다.동독주민들은 서독 TV를 볼 수 있었고 서방물정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그러나 북한은 철저하게 폐쇄된 사회로 주민들이 바깥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成씨가 미국 망명을 희망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미국정부 입장이 궁금합니다.현재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달래기에 치우쳐 있다는 인상입니다만.
『成씨 망명이 북한정권을 자극하겠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할 수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현재 미행정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결국 成씨 자신의 결정을 존중할 것입니다.』 -이같은 사건에는 한.
미 정보기관이 간여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과거 경험에 비춰 양국간 정보협조는 잘 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한.미의 정보협조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그러나 정보기관은사태가 갖는 정책적 의미를 차분히 분석할 시간여유를 갖지 못하는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과거 정보기관의 잘못된 관행(慣行)을수없이 보아 왔습니다.정보기관이 지나치게 정치 적이고 선전에 치중할 경우 문제가 생깁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북한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보복할 것이라는등 협박하고….
『북한당국이 계속 남한을 비난하는등 기본적으로 태도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선전.선동에 지나치게 민감해할 필요는 없습니다.북한의 실제 행동과 의도를 분석하면서 우리 입장을 정하면될 것입니다.한.미공조도 북한에 대해 지속적이고 단호한 입장을밝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합니다.북한의 선전.선동이 중단되진 않겠지만 이제 북한도 변화를 행동으로 나타낼 때가 됐습니다.』-경제.식량사정이 최악으로 나빠진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해북한지도부는 매우 곤혹스러울 것입니다.김정일이 궁지탈출을 위해한반도 상황을 오판(誤判)할 가능성은 없습니까.대만해협의 긴장과 관련,미국의 불투명한 대중(對中)정책이 북한의 오판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대만 관계보다 한반도가 훨씬 불안하고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미국의 대아시아 안보정책은 중국보다 북한에 우선적인 관심이 있습니다.중국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골칫거리가 되겠지만 북한은 당장 문제가 아닙니까.』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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