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너무 나간 보고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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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애널리스트들이 해당 기업들은 생각지도 않는 합병보고서를 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주 LG투자증권은 KTF와 LG텔레콤의 저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양사의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가입자가 SK텔레콤 수준에 육박하는 데다 KT.스카이라이프로 이어지는 유.무선 통합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고서가 나온 이후 통신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저마다 합병 가능성을 분석해 경쟁적으로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어이없어 하고 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합병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실현 가능성도 없다"며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조차 검증되지 않은 마당에 담당 애널리스트가 너무 앞서갔다"고 꼬집었다. KTF 관계자도 "쓸데없는 오해가 생길까봐 전혀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KTF와 LG텔레콤 간의 합병론을 처음 제기한 LG투자증권 정승교 연구위원은 "3년간 침체에 빠진 통신업계를 구하기 위한 시장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애널리스트들의 의사표현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는 엇갈린다. '시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애널리스트 본연의 임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기업 고유의 권한에 간섭하는 월권행위'라는 비판도 있다. 우리증권 신성호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주주이익.기업가치 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취할 수 있는 태도"라며 "그러나 애널리스트의 본분은 시장을 설명하는 것이지 선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가 지나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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