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터널慘事 日자존심 먹칠-完工 12년만에 붕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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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10일 오전 발생한 홋카이도(北海道) 도요하마(豊浜)터널 붕괴사고로 일본열도가 온통 떠들썩하다.연일 시끄럽던 주택금융전문회사(住專)문제를 제치고 터널붕괴 뉴스가 언론의 톱뉴스로등장했으며,치열하던 정치권의 다툼도 다소 잠잠해진 모습이다.독도(獨島)문제도 일본에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일본에서 터널붕괴 사고가 이처럼 소동이 되는 이유는 지난해 효고(兵庫)현 남부대지진 이후 안전에 대한 「노이로제」증상이 생겼기 때문.터널을 만들면서 주변지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거대한 암반(岩盤)이 굴러떨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한데다 완공한지 12년밖에 안되는 터널 천장이 맥없이 뚫려버린데 대해 일본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무너져내린 터널의 흙더미 속에 갇힌 20명의 승객을 보며 삼풍(三豊)백화점 참사처럼 부실시공한 건설회사에 치를 떨고 있다.피해자 가족들은 물론 사고 순간부터 시간대별로중계하는 TV를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은 박혀있는 암반 폭파작업이 계속 실패하자 발을 동동 굴렀다.폭파작업은 사고 4일째인 14일 네번만에 성공해 겨우 구조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사고대책본부측은 안전문제를 고려해 폭약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했지만 구조작업이 늦어지는데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대책본부는 높이 40~45,최대폭 29,무게 약20만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암반을 폭파해 터널 옆 바다로 떨어뜨리기 위해 철야작업을 계속했다.그러나 육신(肉身)의 안부(安否)를 한시라도 빨리 확인하고 싶은 피해자들은 사고 처리의 어 려움을 이해할 여유가 없는 것같다.
도쿄=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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