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형 펜션 '된서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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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농림부가 펜션의 편법 운영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기로 하면서(본지 4월 10일자 15면) 펜션 사업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그동안 펜션은 대부분 단독주택으로 건축허가를 받고, 객실 수를 7개 이하로 줄여 민박처럼 운영해 세금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숙박시설로 간주될 경우 소득세.부가세 등 세금도 제대로 내야 하고, 관련 시설 기준도 충족해야 하므로 채산성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

새 기준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 것은 단지형 펜션이다. 이 펜션은 7실 이하의 개별 동으로 분양해 소유권을 분양계약자에게 각각 이전하고 관리회사가 임대를 위탁 운영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이 펜션은 객실 수와 관계없이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시설로 등록해야 한다.

현재 단지형으로 분양 중인 펜션(전원주택 단지 포함)은 전국적으로 130여개가 넘는 것으로 펜션 업계는 추산한다. 농림부 이봉원 서기관은 "단지형 펜션은 7실 이하로 소유자가 다르더라도 누가 봐도 투자수익이 목적인 사업체인 만큼 숙박시설로 등록해 세금을 내야 한다"며 "7월 1일부터 이런 단지 형태의 펜션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강원도 평창에 분양을 마친 N사 관계자는 "갑자기 새 지침이 나오는 바람에 수익률 악화를 우려한 계약자들의 항의와 계약해지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며 "다음달로 예정된 2차 분양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고 말했다.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바뀐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분양업체들이 내세우는 연 10~15%의 수익률은 맞추기 어렵다"며 "투자 수요가 줄어 현재 분양 중이거나 준비 중인 업체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특히 숙박시설 자체를 지을 수 없는 경기도 양평.가평.남양주 등 상수원보호구역에 지어진 단지형 펜션은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다.

이들 지역에서 단독주택으로 허가를 받고 지어진 단지형 펜션은 숙박시설로 등록할 수도 없고, 민박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펜션은 전원주택이나 별장 등으로 용도를 전환해야 한다는 게 농림부의 입장이다.

객실 수 7개 이하의 개별 펜션도 사정이 좋지 않게 됐다. 이런 펜션은 소유자가 거주지를 현지로 옮겨야 종전처럼 민박으로 인정받는다. 주소를 옮기지 않고 임대사업을 하려면 숙박시설로 등록해 시설 기준을 갖추고, 세금도 내야 한다.

하지만 외지인의 투자가 많은 펜션의 특성상 현실적으로 주소지를 옮기는 것이 쉽지 않고 숙박시설로 등록하면 수익률이 낮아져 외지인 투자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휴펜션 윤광진 이사는 "단기적인 펜션 업계의 타격과 법망을 피하기 위한 위장전입 등 불법도 생겨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펜션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해 혼란을 줄인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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