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없는 해외도청’ 미국 상원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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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정보기관이 법원의 영장 없이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통신 행위를 도청할 수 있는 내용의 해외정보감시법(FISA) 개정안이 9일 미국 상원에서 통과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법안은 앞으로 테러리스트가 누구와 소통하는지,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계획을 꾸미는지 우리 정보 관계자가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반겼다.

부시 대통령의 서명이 이뤄지면 법적 효력이 발생할 FISA 개정안은 해외에 사는 외국인의 전화나 e-메일에 대해 미 정보기관이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서도 도청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은 또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 행정부의 영장 없는 도청 행위에 협조했던 통신회사들에 면책특권을 부여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통신회사 면책엔 반대한다는 의사를 상원 표결에서 밝혔으나 법안에 대해선 찬성표를 던졌다. 오바마는 1년가량 논란의 대상이 됐던 이 법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뒤엔 “국가 안보와 테러 예방을 위해 필요한 법안”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과 진보 진영 일각에선 “오바마가 중도 보수파의 표를 얻기 위해 인권과 사생활의 가치를 희생시키고 있다”는 등의 비난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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