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귀순한 현성일부부.차성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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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달 귀순한 잠비아 주재 북한대사관 3등서기관 현성일씨와 부인 최수봉씨,공작원 차성근씨는 13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들이 귀순하게된 과정과 북한 실상을 자세히 증언했다.崔씨는 두 자녀를 북한에 두고온 사정을 증언하면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다음은 이들과의 일문일답.
-북한에 어린 두 자녀까지 놔두고 귀순하게 된 절박한 사정이있었는가.
(崔)『대사관에선 조금이라도 대사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정치범으로 낙인 찍히기 쉽다.대사가 자신이 시킨 일을 하지 않는다고 「평양으로 소환시키겠다」며 정치범으로 몰려고 해 대들었더니주먹으로 얼굴과 가슴 등을 마구 때렸다.정치범의 허울을 벗어날수 없는 상황이었다.북한에선 정치범으로 찍히면 매장된다.(崔씨는 답변도중 울먹이느라 말을 잘 잇지 못했다).
(玄)『대사의 전횡은 대부분의 북한대사관이 똑같이 겪고 있는부분이다.오죽하면 해외공관으로 발령받아 갈때 선배나 동료들이 「벙어리 절반,귀머거리 절반이라야 편히 지낸다」는 충고를 먼저하겠는가.아내가 망명하자 위에서 아내를 만나 사살하라는 지시를내렸다.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다.그래서 귀순하게 됐다.』 -외화난은 어느 정도인가.
(崔)『92년까진 매년 지역별 공관장 회의와 격년제로 평양에서 제외공관장 회의를 개최했으나 94년 8월이후 회의는 못열고전문으로 대체하고 있을 정도다.외교부엔 김정일(金正日)의 자체자금조달 지시에 따라 94년초 자금과를 신설했 고 탄자니아 어학실습생 강성국(36.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강주일 조카)이 마약밀매로 생긴 대금 5만~10만달러를 북한에 송금,95년 경제참사로 승진됐다는 말을 들었다.』.』 -북한이 한국 돈을 위조해 공작금으로 사용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아는데.
(車)『노동당 3호청사 내의 작전부 산하 314연락소에는 각종 증명서와 서류를 위조하는 최신 장비를 모두 갖추고 있다.이곳에선 무엇이든 위조해 낼 수 있다.94년12월 작전부의 한운호 지도원으로부터 「314에서 제작한 방글라데시 위조여권 2백~3백개가 있으니 개당 2백달러에 판매할 방법을 강구해보라」는지시를 받은 적도 있다.86년께는 김정일 정치군사대학 교원 정치하(57)로부터 「달러부족으로 남한 화폐를 위조,공작금으로 사용한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테러에 가담한 적은 있는가. (車)『94년5월부터 9월사이에 러시아의 한인목사를 납치하기 위해 나를 포함,18명이 납치조로 편성됐었다.벌목공들이 떼지어 귀순하는 것은 목사들의 책동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어 김정일 지시에 의해 납치계획이 수립됐다.뒤에 김 정일이 「김일성 사망 이후 애도기간인데 소란을 피울 필요가 없다」며 「내년에 가서 보자」고 해 취소됐다.』 -김현희가 KAL기를폭파한 이후 북한에는 어떤 소문이 떠돌았나.
(車)『처음엔 폭파사실 자체를 몰랐다.후에 「아바이」공작원은자살 했고 김현희는 커피에 독을 타 마시려다 김에 중독돼 쓰러졌는데 한국 기관원들이 데려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이후 김현희는 중독된 피를 모두 갈아치우고 소생했지만 정신 이 똑똑하지 못하다고 했다.이 사건 이후 김정일은 「여자들은 죽을 장소와 시간을 알지 못한다」며 크게 화를 내고 「여자들을 모두 제대시키라」고 명령하는 바람에 20여명이 한꺼번에 제대하기도 했다.
』 최원기.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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