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印尼 데이비스컵 이색 볼거리 광적인 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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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96데이비스컵 지역예선전이 한창인 이곳 인도네시아의 테니스코트는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신사의 스포츠」로 불리는 테니스계에서는 보기드문 광적인 응원이 그것이다.
9일 한국.인도네시아간 단식 두게임이 펼쳐진 세나얀테니스코트.경기 시작직전인 오전9시30분,「96데이비스컵」이라고 새겨진검정색 티셔츠차림의 응원단 5백여명이 일찌감치 코트 양사이드에자리잡고 앉을 때부터 이미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이들은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한시도 쉬지않고 선수이름은 물론 「인도네시아」를 외쳐대며 열렬한 응원전을 펼쳤다.개중에는 꽹과리.긴 막대기등을 마구 두드리며 스탠드를 뛰어다니기도 했다.심지어는 아예 삭발한 머리에 인도네시아 국기를 새 겨넣고 끊임없이 춤을 추는 이도 상당수 눈에 띄였다.이런 분위기속에 행여 인도네시아 선수가 좋은 플레이를 펼칠라치면 경기장이 떠나갈듯 고함을 질러대기 일쑤였다.계속되는 심판의 경고에도 아랑곳 않는 열띤 응원이었다.
이같은 광적인 응원은 한국이 전력상 한수 위임에도 번번이 패해 원정경기 4연패의 수모를 당한 주된 이유다.선수들이 움츠러드는 것은 물론 외국인 심판들도 인도네시아 라인스맨이 선언한 어이없는 판정을 번복할 수 없다.
이곳 정치인들도 속수무책이다.이날 모어디오노 대통령비서실장은인기 영화배우.가수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으나 서둘러 자리를 떴다.그런가하면 인도네시아 테니스협회장을 맡고 있는 사워노 환경처장관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종 전처럼 인도네시아가 재역전승을 거둘 것』이라며 잔뜩 독이 오른 응원단을 달래야 했다.와일란 와랑랑기대표팀감독이 고심끝에 10일 복식조를바꾼 것도 실은 이와 무관치 않다.한국선수들에게는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 못지않게 무서운 적이 아닐 수 없다.
자카르타=신성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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