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스템 차명 구입해 청와대에 무단 반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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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유출 작업의 윤곽을 3월 말께 이미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후 3개월여 동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그동안 물밑으로 수차례 반환을 요청했고, 유출의 증거 확보 작업을 병행해 왔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밝힌 노 전 대통령 측의 자료 유출 방법은 이렇다. 우선 전 정부 청와대에서 가동 중이던 기존 ‘e지원 시스템’과 동일한 새 시스템을 외부 서 차명으로 주문 제작해 들여온 뒤 기존 시스템 내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자료의 극히 일부분만 새로운 시스템의 하드디스크로 옮겼고 두 시스템의 하드디스크를 바꾸는 방법으로 기존 시스템의 원본 하드디스크를 새 e지원 시스템에 장착해 봉하마을로 가져갔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반입된 시스템이 청와대가 아닌 외부업체의 명의로 주문 제작됐고, 이를 청와대로 들여와 시스템 업체 직원들이 설치했으며 5일 동안 시스템 가동을 중단하는 등 전 정부 청와대가 자료 유출을 위해 치밀한 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업체의 명의로 새 시스템을 주문 제작했는지, 또 자금의 출처는 어딘지에 대해 청와대는 “확인이 더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을 아꼈다.

3월 말에 유출 사실을 확인하고도 왜 이제 와서 공개하는지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정치적인 오해를 피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반환 요청을 해 왔으나, 관련 보도가 나오고 오해를 증폭시킬 우려가 있어 발표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범죄적인 사건이 일어난 뒤 알아봤더니 전 정부 청와대가 미처 삭제하지 못한 자료들이 있더라”라며 “그것을 지금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인계받지 못한 자료들에 대한 복원 작업이 진행 중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다음은 청와대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새 시스템을 차명으로 외부에서 제작했다는데 노 전 대통령의 측근 명의로 만든 것이냐.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노 전 대통령 측에선 자료를 가져가면서 양해를 구했다고 주장한다.

“사전이나 사후에 양해한 적이 없다. 불법이기 때문에 양해해 줄 사항이 아니다.”

-원본 하드디스크는 어디에 있나.

“봉하마을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봉하마을에 직접 가서 확인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확신하나.

“자체 조사 결과가 그렇다.”

-청와대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데.

“최우선 과제는 자료의 원상 회복이다.”

-검찰에 고발하나.

“상식과 순리로 판단해 달라.”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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