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달리기] 2. 내 몸을 알고 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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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는 운동생리학 박사인 정동춘 국민체력센터 운동처방실장의 클리닉입니다. 운동처방실은 아마추어 마라토너를 위한 다양한 처방을 하고 있습니다. 정실장은 태릉선수촌에서 마라톤.축구 등 국가대표 선수들의 체력 테스트와 훈련 프로그램도 만들었습니다.

젊어서 운동을 해 본 사람들은 자기의 체력이 여전할 거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40대인 사람이 여전히 20대 때와 똑같은 체력이 있다고 여기는 거지요. 하지만 몸은 쉴 새 없이 노화합니다. 만약 최근 3개월간 제대로 된 운동을 안 했다면 아예 운동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한때 배구 코트를 날던 장윤창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운동능력은 아직 탁월하지만 심폐 지구력의 성적을 매긴다면 '미' 정도입니다. 장씨는 종종 10㎞ 마라톤에 참가하지만 지난 겨울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마라톤 인구가 증가하면서 사고가 늘고 있습니다. 지난달 한 마라토너가 200m도 채 달리지 못하고 쓰러져 숨졌지요. 특히 자기 몸을 과신하는 분들이 큰 사고를 당하기 쉽습니다. 오랫동안 힘을 유지해야 하는 달리기는 다른 운동과 좀 다릅니다. 돌다리 두드리듯 조심스레 운동 강도를 높이면서 자신의 한계를 측정해 보고 운동 효과도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달리기입니다.

점검해 보세요. 10~20분간 운동해 보고 불편하거나 괜히 짜증이 난다면 그 운동 강도나 패턴이 맞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주위의 도움을 받거나 달리기 일지 등을 적어 자신의 상태와 변화를 점검하는 것도 좋습니다.

더 안전한 방법은 건강 검사를 받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구청 체력센터나 국민체력센터에서 한두시간이면 받을 수 있습니다. 여의치 않으면 전국 보건소에서 운동을 위한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받아 보세요. 특히 혈관.심장.폐 등 순환기 계통이 약하거나 천식.당뇨.통풍 등의 병력이 있는 분은 꼭 받아야 합니다.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하려는 사람들은 심박 수와 혈압, 최대 산소 섭취량 등을 측정하는 운동 부하 검사가 필수입니다. 자신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운동해야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마라톤은 윗몸 일으키기와 웨이트 트레이닝부터 시작하세요. 윗몸 일으키기는 허리를 강화해 달릴 때 허리에 연결된 엉덩이나 무릎 등의 골격을 보호해 줍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골밀도를 높여주고 근지구력을 강화해 근육이 지속적인 에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한국인의 경우 33세 이전에는 체력을 강화하고 이후에는 체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운동해야 합니다. 젊어서는 강하게 운동해 파워나 근력.근지구력을 최대한 키워 놓아야 합니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병행해 '오래, 빨리' 뛰어 보세요.

그리고 33세가 넘으면 '느리게, 잦게'로 작전이 달라져야 합니다. 몸이 달리기를 먹고 자고 쉬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인체 활동으로 여기도록 만드는 방법입니다. 습관적인 운동만이 이제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인간의 체력 곡선을 유지해 줄 최후의 방어선입니다.

정동춘 국민체력센터 운동처방실장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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