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사범 수사의 衡平性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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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관권(官權)과 이른바 「逆관권」의 선거개입문제가 갈수록 날카로운 쟁점(爭點)이 되고 있다.야당측은 장관들의 잇따른 지방출장을 의혹의 눈으로 바라보고 검찰.경찰의 선거사범수사가 편파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반면 정부.여당측은 야당소속 민선단체장들이 야당후보를 지원하는 逆관권 개입을 집중감시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경찰이 현직 민선구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된 일이 벌어져 논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관권이든,逆관권이든 선거개입이 있어서 안됨은 물론 선거사범 수사의 형평성.공정성을 특히 강조한 바 있다.그렇지만 이번에 문제된 서울 금천구청장의 경우 당국의 사법처리 자세가 온당했는지는 의문이다.그의 혐의가 구청 소식 紙에 야당의원 활동을 홍보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증거인멸의 우려는 없는 셈이고,또 현직구청장이란 점에서 도주의 우려도 있다고 보긴 어렵다.그럼에도 당국이 처음부터 구속방침으로 밀고나가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했으니 무리한 수사 또는 과잉수사라는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지금껏 선거사범수사가 주로 야당인사에게 집중되는 인상이어서 야당측에서 표적수사니 야당탄압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우리 역시 공명선거를 위해 엄격한 법집행이 필요하다고 본다.그러나 엄격한 법집행이 무리한 법집행이 돼서 는 안된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으면 구청장이 아니라 서민이라도 구속엔 신중을 기해야 마땅한데 선거법위반혐의라 하여 구속부터 하고보자는 수사방식은 엄격한 것도,공정한 것도 아니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장관들의 출장러시가 다 업무수행이라고 하겠지만 선거철에 장관들이 줄줄이 지방을 다니며 이런저런 선심성 발표를 하는 것을 두고 누구라도 저의를 의심하지 않겠는가.장관들의 이런 출장은 방치하면서 야당구청장은 무리하게 사법처리한다면 공평한 처사라고 하기 힘들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선거사범수사가 형평을 잃거나 선거 분위기를 위축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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