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편파 방송에 대한 솜방망이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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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방송위원회 보도교양 제1심의위원회가 대통령 영부인 학력 비하 발언과 관련해 편집 논란을 빚은 MBC-TV '신강균의 뉴스 서비스 사실은' 프로그램에 대해 주의 조치했다. 심의위는 "전후 내용을 생략해 편집함으로써 맥락이 실제 상황과 다르게 방영됐고, 저속하고 거친 언어를 부적절하게 방송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국회의원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KBS-1TV '뉴스 9'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노인 폄하 발언'생략 보도와 관련, "선거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 유지에 더욱 각별히 유의할 것"을 권고했다.

'신강균…'처럼 방송이 사실을 왜곡하고 제작자 마음대로 내용을 짜깁기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언론의 진실보도라는 가장 중요한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문제가 됐을 때 MBC 측의 반응도 적절치 못했다. 솔직히 시인하기보다 부인과 변명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세는 방송의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다. '뉴스 9'도 마찬가지다. 사실대로 보도해야지 가장 핵심인 노인 폄하 발언 내용은 우물쭈물 넘어가고 변죽만 울리는 보도는 사실 왜곡과 똑같이 비판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방송의 편파성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이는 특정매체나 방송의 신뢰성을 훼손하자는 뜻이 아니다. 같은 언론매체로서 최소한 언론으로서 기본은 지켜야 한다는 충고다. 편파나 왜곡은 국민이나 시청자를 무시하는 데서 비롯됐거나 아니면 시청자를 자기들 마음대로 조정하겠다는 오만함의 표현이다.

우리는 차제에 심의위원회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겠다. 이번에 내린 권고나 주의 조치가 과연 합당한 결정이었느냐는 점이다. 권고나 주의는 징계가 아니다. 방송사가 심의결과를 참작만 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계속돼 온 편파방송이 이러한 솜방망이 조치로 개선될지 의문이다. 심의위는 시청자 편에서 방송의 오류를 판정해 시정을 촉구하고 재발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 소임을 지금 과연 충실하게 해내고 있는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