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선거운동 막판이 혼탁해지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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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선거전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세몰이와 무차별 폭로, 흑색선전 등 고질적인 악습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선거가 엄격해진 선거법과 돈선거에 대한 시민의 반발 때문에 어느 선거보다 조용하게 진행돼 온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하루 평균 50~60건이던 선관위 단속 건수가 7일 이후에는 100건을 넘어서고 위반 내용도 노골적인 불법운동으로 변질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주요 정당 대표들의 전국 순회 지원유세 과정에서 과거 정당집회 수준의 대규모 군중이 동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중을 동원하려면 조직 가동비가 들고 동원된 사람에게는 일당이 지급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렇다면 돈과 조직으로 청중을 동원하는 이른바 '세몰이'를 없애기 위해 합동.정당연설회를 폐지한 개정선거법의 취지가 정당의 지도부들에 의해 부정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이 정치권에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한 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것도 따지고 보면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는 조직선거 때문이었다. 군중동원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국민을 동원된 대중으로 만들려 하지 말고 각자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조용히 결정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이번 선거기간 중의 비방.흑색선전 건수가 16대에 비해 늘어난 것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돈선거를 못하게 하니 결국은 입으로 상대방을 헐뜯는 일에 몰두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패한 자금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전달됐다"는 식의 주장도 나오니 한심하다. 어떤 주장이든 "아니면 말고…"식이 돼서는 안 되고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한 후보자 비방과 흑색선전은 위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금품이나 교통 편의를 제공해 군중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나면 일벌백계 의지로 조치해야 한다.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 캠페인도 막아야 한다. 이런 부정적인 운동을 사후에 규제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이미 선거가 결판이 나기 때문이다. 사전에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