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위 格上,경쟁촉진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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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차관급인 위원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정부방침이 재계에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공정거래위가 격상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정치의 계절에 대통령이 중소기업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정거래위를 대기업의 감시기관으로 정착시키겠다』고 말한 대목이 대기업을긴장시키는 부분이다.바로 며칠전 대기업총수들과의 만남과 대비되는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연일 대기업들이 청와대회동이후 중소기업에 대한 대형 지원조치를 발표한 후 나온 조치라 더욱 그 의미가 혼란스럽다.
공정거래위는 앞으로 재정경제원및 통상산업부의 정책과 반대되는정책을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공정거래위를 정부내 독립부서화해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학계에서는 상식화된 것이다.공정거래위는 시장경제의 요체인 경쟁강화를 지탱하기 위한감시기구다.다시 말해 정부규제는 파격적으로 줄여 민간에 위임하되 시장에서의 경쟁룰만 감시한다는 발상인 것이다.이같은 기본원칙은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똑같은 제도적 정비도 도입하는 맥락에 따라 전달되는 의미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만약 똑같은 공정거래위격상이 정부의 새로운 경제틀과 비전제시의 일환으로 소개됐다면 시장경제의 창달이라는 기본원칙과 함께 별 충격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그러나 이번 경우는 중소기업인들의 불만을 의식하고 대기업과 이분법적으로 대비시켰다는데 문제가 있다.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존하고 협력하기 보다 서로 대립하게 하는 정책으로 오해된다면 이는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가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고려보다는 경쟁을 촉진해 시장효율성을 제고한다는 기본원칙을 살리는 방향으로 해석,운영되기를 기대한다.공정거래위원회가 본래의 설치목적에 충실하려면 사후적 경제력집중억제라는 인위적 개입보다 사전적 경쟁촉진을 통한 시장기능강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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