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칼럼>불치병도 막지못한 농구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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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91년 11월 에이즈 감염으로 눈물을 흘리며 코트를 떠난 미국 프로농구(NBA)의 슈퍼스타 매직 존슨이 4년2개월만에 현역으로 복귀,그의 건재를 과시한 것은 일말의 감동없이는 볼 수없는 드라마였다.36세의 나이는 현역 농구선수로 서는 비교적 많은 나이다.더구나 그는 12㎏이나 체중이 늘어난 상태에서 다소 손상은 엿보였으나 왕년의 기량과 스피드를 지키고 있었다는데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비록 시카고 불스에는 졌지만 LA 레이커스의 팀 컬러를 일신시키는데 성공 했으며 마이클 조던과 더불어 M.J 쌍벽 시대를 구축,공전의 황금시대를 구가할 것으로 기대될만큼 그의 컴백은 단연 NBA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보도다.한 사람의 기린아가 그 불우한 개인적 핸디캡을 극복하고 「정글의 세계」로 돌아올 수 있는 복원력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를격의없이 수용하고 격려하는 미국사회의 넉넉한 토양이 못내 부러운 오늘이다.
농구경기의 금기사항은 신체접촉이다.그것은 역설적으로 가장 격렬한 신체접촉의 가능성을 시사한다.에이즈환자의 피가 상대방의 상처에 닿기만 하면 감염이란 등식이 성립하는 으스스한 분위기 속에서 거인들이 기를 쓰면서 격돌하는 모습은 경기 라기보다는 종교적 의례와 흡사한 느낌이 든다.미국농구의 대명사인 마이클 조던.그의 민숭민숭한 머리에서 발 끝까지 땀과 지방으로 번들거리는 정한(情悍)한 기백과 우람한 근육의 율동에서 우리는 현대농구의 엄청난 폭발력을 보게된다.조던은 그러나 198㎝,90㎏으로 NBA의 선수 가운데는 오히려 작은 편이다.존슨에게는 4년이란 공백과 36세의 나이,그리고 에이즈라는 폭탄의 위험부담을 안고 왕년 그 발군의 기량을 기대하는 팬들의 기대에도 부응해야 하는 무거운 짐이 지 워져 있는 셈이다.
지금 팬들의 관심은 존슨과 조던이 과연 미국 농구를 한 차원높이 견인할 수 있느냐에 쏠려있다.사정은 다르지만 두 사람 다일시적으로 농구와 인연을 끊었다가 다시 복귀한 유사점이 있으며80년대 중반과 80년대 후반에 걸쳐 신경지 를 개척한 전설적슈퍼스타로서의 자존심을 털어버릴 수 없다.2년의 공백을 메우는데 32세의 조던은 1년을 견뎌야 했지만 4년의 세월과 여러가지 핸디캡을 안고 있는 36세의 존슨이 과연 훌륭하게 재기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모아지는 것 은 필연적이다.지금 NBA를 주름잡고 있는 슈퍼스타 가운데 조던.바클리.올라주원.드렉슬러.
유잉.말론.로드맨.로빈슨및 존슨등 30대의 노장들이 판을 치고있으나 신인상에 빛나는 그랜트 힐.제이슨 키드 등을 비롯한 장신거구,연부역강한 신진기예들이 범람하듯 출현하고 있는 실정으로미루어 판도 변화의 조짐이 점쳐지고 있다.
존슨의 기습적 복귀는 이러한 함정을 예견한 하나의 시도로 풀이된다.그것은 에이즈에 대한 불복이자 극복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만인앞에 노출시킴으로써 강한 호소력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그의 복귀는 조던처럼 육체의 한계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차원에 무게가 실림으로써 차별화된다고 믿고싶다.나는 그가 농구선수로서보다 한 인간으로서 병마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농구코트위에서 재현해 주는 것이 인간존엄의 한 표상으로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 KOC위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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