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亞太지역 新안보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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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 정부는 지난 연말 2차대전후 구소련에 대응하기 위해 맺었던 미.일동맹체제를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신방위계획대강」을 발표한 바 있다.구소련의 위협에 초점을 두고 지난 76년 마련된 「방위계획대강」을 냉전종식 이후 변화된 국제정 세와 일본의국력신장을 반영,정비함으로써 일본의 안보능력을 아태(亞太)지역전체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그 골자다.
한편 미국은 지난해 2월 「신아태전략구상」을 발표했다.이 역시 국제정세 변화에 맞추어 미국의 안보정책을 대폭 정비한 것으로 아태지역에서의 미.일안보협력 강화가 기초를 이룬다.
일본과의 안보협력 강화를 통해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안보주도권을 유지,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2차대전이후 아태지역의 안보를 도맡아 오던 미국이 상당부분의경제적 부담을 일본에 떠넘기는 대신 그에 상응해 일본의 군사적영향력 확대를 인정하려는 것이다.
미.일 양국은 이런 구도에 따라 작성된 「신안보공동선언」을 지난해 11월로 예정됐던 정상회담에서 발표키로 했으나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국내사정으로 방일을 연기,오는 4월 도쿄(東京)정상회담때 발표할 예정이다.
「신안보공동선언」의 주요내용은 ▶미.일안보동맹체제의 아태지역안보기여 확인▶일본자위대와 미군간 상호 지원체제 추진▶군사기술협력 강화▶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서의 미.일협력 모색 등이다. 한마디로 미.일동맹체제를 아태지역 평화유지의 주축으로 삼는다는 내용이다.아태지역에서 분쟁 또는 질서를 위협하는 일이 벌어지면 미.일 연합병력을 파병해 대처한다는 것이다.이는 일본이 2차대전 패배 이후 지금까지 금기시해온 해외 군사 력 파병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이러한 것들은 실제 일본의 「신방위계획대강」에 구체적으로 반영돼 있다.항속거리 7천㎞ 이상되는 장거리 수송기 20여대와 군사정찰위성 도입,보병사단을 이동이 편리하도록 규모가 작은 여단급으로 재편성,미국의 전역미사일방어(TMD)적극 참여 등이 그것이다.
「신안보공동선언」을 통해 새롭게 구축될 미.일동맹체제는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의 대응력을 높이고 일본의 지원역량을 강화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한.일간 안보협력체제가 확립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의 대한반도 군사적 영향력이 크게 강화된다는 점은결코 간과할 대목이 아니다.특히 일본의 식민지로 군국주의 폐해를 경험한 한국으로서는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닐수 없는 것이다. 냉전시대 한국은 구소련의 아태지역 팽창을 저지하는 교두보 역할을 함으로써 일본과 대등한 지위를 누릴 수 있었으나 새로운안보구도 아래서는 한국이 크게 열세에 놓이는 것은 물론 「군사대국」일본의 입김을 받지 않을수 없게 된다.
지난해 2월 미국이 발표한 신아태전략구상(EASR)은 한반도방어를 위해 미국과 일본이 해.공군 및 정보를 지원할 수 있으니 한국군은 단순한 지상군 위주의 군사력만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일본과 안보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킬 가능성이 큰 「신안보공동선언」의 출현과 관련해 정부는 미국의 대한,대일 균형유지가 아태지역의 안정과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됨을 역설하고 있으나 미국의 미.일을 중심축으로 하는 안보체제구축 의지는 확고한 듯싶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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