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서 된다면 ‘화통’ 삶아 먹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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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주가는 떨어지고, 물가는 잔뜩 올랐다. 기름값은 치솟아 가족과 함께 주말 여행 한번 가고 싶어도 겁부터 더럭 난다.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분노의 시대’다. 주말에 가족과 외식 한번 하고 싶은데 마음이 영 씁쓸하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자폭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는 촛불집회가 추가 협상이 끝난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배경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오가지만 분명한 것은 단순히 ‘쇠고기’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삶에서 쌓인 불만이 결국 쇠고기로 터졌다는 분석이다.

TV에서는‘엄마가 뿔났다’란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자식들이 엄마를 뿔나게 하는 내용이 실감 나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드라마뿐 아니라 현실에서 다양한 주어와 함께 ‘뿔났다’는 말이 자주 쓰인다.

국민을 뿔나게 하는 원인이 한두 가지가 아닌 탓이다. 기름값과 곡물가가 올라 가계에 부담이 늘고, ‘강부자’ 내각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데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 안전 문제로 마음마저 뒤숭숭해지는 때다.

게다가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지난 올해 국제 금융위기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정부는 처음 6% 성장을 자신하다 이제는 4% 후반까지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섣부른 추측이지만 ‘제2의 외환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떠돈다. 이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집권당인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공식 석상에서 한 말이다.

기업은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더 어려워지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이미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가시화하고 있다. 위기가 몰려오면 흔들리게 마련이다. 외부의 충격이 불만 요인이 되어 분노로 표출하기 쉽다.

불만이 가득 차면 사람들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우울하면 세상 모든 것이 잿빛으로 보이지 않던가.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공자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공자는 인생을 살면서 화가 나는 가장 큰 원인이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잠시 군자가 되어보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고 자기관리의 기회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화를 다스리는 최선의 방법은 화를 내지 않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하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무조건 화를 내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화를 안 내기 위해서도 전략이 필요하다. 논어를 보면 공자는 수덕자강(修德自强)을 강조한다.

‘덕을 쌓아 스스로 강해지라’는 뜻이다. 조선 역사상 화를 가장 잘 다스린 대표적 인물은 누구일까. 다산 정약용 선생을 들 수 있다. 다산은 당파싸움의 희생양이 되어 18년 동안 전남 강진에서 억울하게 귀양살이를 했다. 그가 자신을 귀양 보낸 사람들을 원망하면서 화만 내며 지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화병으로 일찍 생을 마감했을지 모른다. 다산은 화를 내는 대신 후학을 양성하면서 목민심서를 비롯한 500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다. 수덕자강의 비결은 자신을 혁신해 스스로 강해지는 것이다. 자신과 싸워서 이기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다. 직장인이 분노를 잘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생각에는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이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생각은 진화하는 특성이 있다. 생각이 바뀌면 태도가 바뀌고 태도가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 또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미국의 조엘 오스틴 목사가 쓴 『긍정의 힘』이란 책이 스테디셀러로 독자의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 불확실한 시대에 긍정적인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라고 입 밖으로 한번 외치는 순간 벌써 사람들은 지금 상황이 어떻게든 바뀔 것이라는 용기를 얻게 된다. 분노를 다스리는 첫 단계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것임을 명심하자.

구체적인 목표를 갖자

인생에서 목표가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세상에서 목표 없이 이루어진 위대한 일은 없다. 목표는 기간에 따라 단기목표와 장기목표로 나뉘는데 단기목표는 1일, 1주일, 1개월, 6개월, 1년 후 목표를 말하고 장기목표는 5년 후, 10년 후, 30년 후, 50년 후의 목표를 말한다.

인생의 장기목표를 세우고 그에 따른 단기목표를 세우면 무슨 일이든 달성할 수 있다. 매일 아침 10분씩 그날의 할 일을 생각해보자.

꼭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 나에게 소중한 일, 전화할 곳 등으로 구분해 적어보면 하루를 정확하고 알차게 보낼 수 있다. 5년 후, 10년 후, 20년 후의 꿈과 소망을 세 가지씩 적어보는 것도 분노를 기회로 바꾸는 좋은 계기가 된다.

애직심(愛職心)을 갖자

애직심은 자기 직무를 사랑하고 전문성을 높이는 자세를 말한다. 우리는 유교의 사·농·공·상의 영향을 받아 관리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명예퇴직, 정리해고 대상 1호가 관리직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전문성이 없는 관리직은 앞으로 점점 설 땅을 잃게 된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장에서의 위치를 직위 중심에서 직무 중심으로 바뀌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애직심은 지식근로자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업무를 끊임없이 개선하고 개발하고 혁신하면서 부가가치를 높여가는 것이 애직심이다.

자기 업무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자신감과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전문성을 갖는 일이 어렵다면 우선 자신감이라도 갖자. 자신의 일에 열중하다 보면 분노할 시간조차 없어지고 점점 일에 확신을 갖게 된다.

감사 리스트를 작성한다

리더십 과정 중에 ‘감사 리스트 60선’을 작성하는 시간이 있었다. 인생의 개인 영역을 가정·건강·경제·사회·지적·영적인 6대 영역으로 나눠 각 영역에 감사할 대상을 10개 이상 작성하는 것이다. 감사할 항목을 구체적으로 적어 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감사할 게 많은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착한 아내가 있어 감사, 건강한 자녀가 있어 감사, 활동할 수 있는 건강함에 감사, 거처할 공간이 있어 감사, 출근할 직장이 있어 감사, 맥주 한잔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감사, 고난 중에도 잠깐씩 희망을 볼 수 있어 감사 등 항목이 정말로 많다. 감사 리스트를 만들다 보면 분노는 봄눈 녹듯 사라지고 말 것이다.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 역시 커진다. 경제 위기는 직장의 위기와 연계된다. 대학생은 취업이 되지 않아 대학 문을 나서기 겁나고, 직장인은 능력주의 인사관리와 구조조정 압력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이처럼 외부 환경이 힘들수록 가족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가족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경제부총리와 서울시장을 지낸 조순 박사는 ‘궁극적인 낙관론’을 강조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 사람들은 경제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경제는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기대한 방향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상황이 힘들어도 결국에는 잘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화를 낼 상황에서도 한 번 두 번 참으며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려고 노력하면 한층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양병무 인간개발연구원 원장 bmyang@khd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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