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담배, 야구단 이름서 ‘우리’ 빼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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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프로야구 제8구단 우리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인 우리담배㈜가 구단명에서 ‘우리’를 빼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우리 히어로즈의 운영 주체인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는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팀 이름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원기 우리담배 사장은 4일 “구단 이름과 유니폼, 헬멧, 목동구장 광고판에서 ‘우리’라는 회사명을 빼 줬으면 좋겠다. 한 달이 될지 1년이 될지 몰라도 운영비(월 10억원)는 계약대로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광고비를 내면서 광고를 하지 말아 달라는 희한한 요구다.

박지구 우리담배 홍보팀장은 “구단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가입금을 내지 않자 우리 회사에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김성근 SK 감독이 ‘우리의 가입금 미납은 세계적인 망신’이라고 비난하고, 김인식 한화 감독이 ‘우리 때문에 프로야구가 15년 후퇴했다’고 질책하는 등 스폰서 계약으로 오히려 이미지 손실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담배는 지난 2월 메인 스폰서 계약을 하면서 3년간 최대 300억원을 구단에 지원하기로 했다. 홍 사장은 “지난 5개월간 충실히 돈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단이 가입금을 볼모로 KBO와 갈등을 빚자 우리담배 임직원과 주주, 대리점주들은 본사에 “당장 야구단과의 관계를 끊으라”며 들고 일어났다. 이에 우리담배는 야구단을 지원하면서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다.

홍 사장은 “일반인들은 우리 히어로즈를 우리은행이 운영하는 줄 안다. 반면에 사정을 아는 야구팬들은 구단이 말썽을 일으킬 때마다 우리 회사에 항의하고 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센테니얼 측은 이날 오후 이장석 사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시즌 중에 구단명을 교체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내년 이후 새 스폰서를 물색하기로 했다. 우리 구단은 7일까지 조건 없이 24억원을 내지 않으면 야구규약 제12조에 의해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메인 스폰서까지 관계를 끊겠다고 나서 더욱 궁지에 몰렸다.

온갖 잡음 속에서도 구단 운영 의지를 보여 온 센테니얼 측은 24억원을 7일 납부할 예정이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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